[시론-고유환] 남북관계 복원 마지막 기회 기사의 사진

8·15 광복절 67주년을 맞아 우리는 다시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 진정한 광복은 통일한국을 이룰 때 달성되는 것이다. 남과 북이 분단된 주된 원인은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를 강점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종식과 함께 해방을 맞았지만 강대국들의 편의에 따라 한반도는 분단됐고, 두 세대가 지난 지금까지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지 못하고 남북대치를 지속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어김없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언급해왔다.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서 획기적인 대북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궁금하다. 이 대통령이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를 전격 방문한 것을 계기로, 이번 경축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등 일본의 역사왜곡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획기적인 대북제안보다는 기존에 견지해왔던 대북정책 기조를 원론수준에서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의 대북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획기적인 대북제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견지해온 대북인식은 불량국가론과 급변사태론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 이영호의 해임을 보면서 이 대통령은 “노을을 보고 해가 지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여러 상황을 보면 통일은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일은 정말 가까이 왔다”고 말했다. 이영호의 해임을 개혁·개방의 신호탄으로 보지 않고 몰락의 징후로 보는 정세인식이라면 남북관계 복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북한붕괴가 임박했다면 대화보다는 붕괴를 기다리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최근 남측이 제안한 추석 이산가족상봉 제안을 북측이 거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도 남북관계 복원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표방하고 국제협력과 남북협력의 조화를 강조했지만,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잠정적 특수관계로 보기보다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이명박 정부는 남한 우위의 남북관계 설정을 염두에 두고 북한을 압박했다. 즉 체제 역량이 우세한 남한이 갑(甲)이고, 열세인 북한은 을(乙)로 인식한다. 남한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북한은 남한이 만들어 놓은 관계의 틀에 들어와야 한다는 논리를 세우고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남한우월의식은 북한의 반발을 샀고, 남북관계 재설정 실패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사건이 정세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도자의 철학과 통찰력 부족이 원인일 것이다. 현안 위주로 대응하다보니 전체적인 큰 그림 속에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실패했다는 말이다.

철학이 분명하고 정책의 비전이 있는 지도자의 경우는, 어떤 현안이 생기면 현안의 수위를 조절할 줄 안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확고한 철학과 비전이 있으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응 수위를 조절해 가면서 큰 틀의 화해협력의 흐름이 손상되지 않도록 정세를 관리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발생한 남북관계의 여러 사건들의 일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 하지만 벌어진 사태를 제대로 해결한 것은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의 수위가 높아졌다.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는 동안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북한의 핵능력은 향상되고 말았다. 임기가 끝날 때가 가까워오면 대선 공약이 얼마나 실천됐는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비핵·개방·3000’을 달성하지 못한 책임 모두를 북한에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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