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여의춘추

[여의춘추-고승욱] 대권주자들의 외교안보 비전은 뭔가

[여의춘추-고승욱] 대권주자들의 외교안보 비전은 뭔가 기사의 사진

“한반도를 둘러싸고 격화된 미·중 파워게임…전략 밝히고 국민에게 동의 구하라”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황금평·위화도, 나진·선봉지구 공동개발을 협의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있었다. 제한된 정보 때문에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뒀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중국에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바라는 북한과 민간기업 및 지방정부에 맡기려는 중국의 견해차가 크다는 의견도 있고, 북한이 주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치행사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북한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로 중국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만큼은 또다시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노선을 추진하는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균형 환경은 크게 변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표면화됐다. 21세기가 시작된 뒤 세계 곳곳에서는 G2의 세력다툼이 한창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역시 동아시아다. 이는 폐막식과 함께 박수치고 헤어지는 올림픽에서의 메달 경쟁과는 사뭇 다르다. 미·중의 영향권 안에 있는 국가들에게는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생존을 장담하지 못하는 실질적 위협이다.

후진타오 주석의 외교 브레인인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왕지쓰 원장은 지난 4월 “중국의 도광양회는 끝났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재능을 감추고 힘을 기르며 기다린다는 뜻으로 덩샤오핑 이래 중국 외교정책의 기본 노선이다. 왕지쓰는 이 논문에서 미국과의 파워게임과 갈등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11월 호주 의회연설을 통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강력한 군사적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집중시키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독트린이다. 대서양 시대는 지나갔고, 태평양에서 중국과의 파워게임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는 집권 초기 중국이 가장 중요한 외교 파트너라는 관점에서 정책을 폈다. 중국과 중간급 군사회담을 재개하려 했고, 달라이 라마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남중국해 분쟁 등을 거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네오콘이 주도했던 대중국 노선으로 회귀했다. 중국의 굴기가 미국에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각국에 G2의 파워게임에 따른 환경 변화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역적 분쟁과 갈등은 미·중이 설정한 기본 틀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의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을 대비하는 측면이 강하다. 일본에서 최근 일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개념은 대만 방어를 위한 미국의 전략과 관련이 있다. 미국은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인도를 지렛대로 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 것을 인권 문제로만 해석해서는 우리가 설 자리가 없다. 중국은 자국 해안을 따라 그어놓은 미국의 봉쇄라인을 무력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는 중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주한미군이 동원되는 것을 막으려고 애썼다. 힘이 없는데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세력 균형자를 자처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애런 프리드버그는 ‘패권경쟁’이라는 책에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지정학적 파트너로서 중국의 파워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썼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이 대중 봉쇄정책의 최전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제 대권 주자들의 생각을 들어볼 때다. 대통령을 하겠다면서 이런 절박한 문제에 의견을 밝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대권 주자들은 표에 도움이 되는 복지정책에만 힘을 쏟는다.

이들에게서 거창한 ‘세계전략’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이야기가 나오면 협정 체결로 피해를 볼 사람을 최소화하겠다는 답변만으로 끝내는 후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기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