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친일단죄론자들의 일본 역성 들기 기사의 사진

“‘천황’의 이름으로 반인륜 범죄 자행한 일본, 당연히 ‘왕’이 사죄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행과 일왕(日王)사과론으로 일본 정부와 국수주의자들이 콩 튀듯 팥 튀듯 하는 것이야 새삼스러울 게 없다. 독도 문제 더 떠들고, 군대위안부 어깃장 계속할 핑계거리 생겼다고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일본은 우리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와 태평양의 많은 나라와 그 국민들을 상대로 악랄한 가해 행위를 거듭한 제국주의 전범국이다. 그래 놓고도 사과는커녕 되레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모함을 해대는 국가이고 지배세력이다. 안 떠들면 그게 이상하지.

정작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우리 국내의 반응과 분위기다. 그렇게 일본에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친일파 색출에 앞장서던 야당 및 진보언론이 되레 이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섰다. ‘깜짝쇼’ ‘아주 나쁜 통치행위’란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듯이 지적하는 논평이 게재되기도 했다. 괜한 짓을 해서 일본을 자극하는 바람에 우리 국민이 오래 힘들게 됐다는 걱정이 곁들여졌다. ‘뼛속까지 친일적’이던 이 대통령이 왜 갑자기 일본을 건드려 시끄럽게 해놓았느냐고 비꼬는지 공박하는지 알 듯 말 듯한 지적도 나왔다.

‘우리끼리’를 좋아하는 야당과 진보진영 인사들의 반응으로는 참 별일이다. 우선 이들의 ‘돌변’이 의아하다. 그냥 이 대통령이 싫어서 그런다고 하면 될 것을 온갖 이유를 들먹이는 것도 거북하다. 남이 그런 말을 했으면 당장 친일사전에 올리자고 떠들었을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것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괜히 일본을 자극해서 문제를 시끄럽고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투인데, 정작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들일 수도 있다는 점은 왜 생각 안하는 것일까?

일인들은 독도도 독도지만 자신들의 ‘천황’을 ‘일왕’이라고 부르며 ‘사과’를 요구했다 해서 더 흥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내에서도 주장이 나뉜다. ‘천황’은 고유명사이니 그대로 불러주는 게 예의라는 사람들이 있고 일반명사로 불러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일본 이외의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왕’으로 통칭한다. 게다가 일본 ‘천황’은 우리에게는 압제의 상징이다. 일본은 ‘천황’의 이름으로 식민통치를 했고, 전쟁을 일으켜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렇다면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누구로부터 사죄를 받아야 하는가.

이 대통령의 갑작스런 독도행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이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게 비판론의 핵심이다. 그래서 ‘조용한 외교’를 해온 결과는 뭔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시마네현 차원을 넘어 전 일본으로 확산됐다. 교과서는 물론 방위백서에도 공공연히 이를 명시하고 있다.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매춘행위’로 모함하며 모욕을 안기고 있다. 이게 ‘일본식’ 갚음이다.

동의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여겨졌다 해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든지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외부에 전해지게 할 일이었다. 떠들어 말하는 것은 “일본, 이래도 참을 거냐? 한국 정부를 공격해!”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논리까지 제공해가면서…. 일본과는 ‘조용한 외교’를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국의 대통령을 향해서는 그처럼 ‘요란스런 논쟁’을 벌이는지 참으로 난해한 일이다.

역사적 범죄를 저지른 측은 일본의 왕을 위시한 지배세력이었다. 지금의 일본 왕가와 정부는 그 후신이다. 그런데 왜 국내 정치세력에게 비판 받는 상대가 일본이 아니라 우리의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어느 야당 인사는 대통령을 그렇게 몰아세우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원숙한 외교’를 점잖게 주문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서 ‘아버지의 친일 행적’을 왜 사과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웠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것인가.

필경 선거망국론이 부풀어 오르고 확산될 것이다. 선거 승리를 위한 말과 행동이라면 어떤 것이든 용인되고 정당화된다는 이 황당한 인식들이 끝내 한국의 민주정치를 망쳐놓을 것이다. 이 불길한 예감이 제발 빗나가기를.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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