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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오종석] 경제 침체 부추기는 사회

[데스크시각-오종석] 경제 침체 부추기는 사회 기사의 사진

#상황1=경기가 안 좋다. A기업은 수익이 줄어들자 허리띠를 졸라맨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회식, 접대비 등 소비성 지출을 줄인다. 임금도 일단 동결이지만 깎일 가능성이 있다. 이 회사 B부장은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취미활동을 축소한다. B부장 부인은 백화점에 가던 횟수도 한 달에 2회에서 1회로 줄인다. 회사 근처 식당과 백화점 등의 수익이 줄어든다. 식당과 백화점 납품업체 수익도 덩달아 떨어진다. 식당과 백화점, 납품업체 직원들이 소비를 줄인다. A기업 제품 매출이 뚝 떨어진다. 이 회사는 허리띠를 더 졸라맨다.

#상황2=정부와 정치권은 임기 말에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에 올인한다. 인기 떨어진 MB정권에서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이 난다. ‘공정위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산업계는 물론 금융계까지 손을 보고 물가정책도 사실상 총지휘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들은 경제민주화를 최대 기치로 내건다. 기업들은 눈치보기에 나선다. 사법부도 경제정의에 초점을 맞춘 판결로 기업들을 몰아붙인다. 기업들은 현 상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투자를 줄일 궁리를 한다.

지나친 위기 강조는 역효과

최근 만난 한 경제계 고위 인사는 우리 사회가 ‘경제 침체를 부추기는 사회’라며 이렇게 표현했다. 경제 침체의 현실보다 그런 상황으로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가 더 팽배해지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 세계경제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침체 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수출이 유럽위기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내수도 더 악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갈수록 스스로 위축되고, 정부와 정치권은 오히려 위축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실제로 삼성 현대차 SK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긴장도가 요즘 커지고 있다. 삼성 임원들의 오전 6시30분 ‘반자발적’ 조기출근 관행이 2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위기상황에 봉착한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뒤 출근시간을 앞당기면서 시작됐다.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미래전략실 임원들의 출근시간이 6시30분으로 빨라졌고, 이런 관행은 지난달 초부터 전 계열사 임원들로 확산됐다. 비상경영에 준하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많지만 그 반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장 ‘피로감’이 쌓여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연쇄적 파급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삼성의 이런 분위기는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삼성이 긴장하는데 우리 같은 조그만 기업이 긴장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임직원들이 긴장하니 산업계 전반이 여가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돈을 쓸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건전한 소비지출은 계속돼야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2분기 가계동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명목)은 394만2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6.2% 늘었지만 명목 소비지출은 238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3.6%에 그쳤다. 물가상승분을 제외하면 증가폭은 1.1%로 더 줄어든 것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도 통계를 작성한 2005년 1월 이후 최악의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 정의와 민주화의 기틀을 다지는 것은 물론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지나치게 경제 침체 상황으로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투자에 더 신경쓰고, 정부와 정치권도 경제 살리기에 보탬이 되는 정책을 내놔야 한국경제 미래가 밝지 않을까.

오종석 경제부장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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