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건축-‘옛 제일은행 본점’] 금융의 품격 기사의 사진

글로벌 금융의 물결에서 제일은행의 행보가 가장 놀라웠다. 한창 잘 나갈 때 제일은행은 좌우대칭형 혹은 글자를 이용한 심벌 대신 ‘First’를 외치는 엄지를 내세워 강렬한 인상을 던졌다. 지금은 어떤가. 엄지 대신 ‘S’자와 ‘C’자가 꼬이는 심벌이 대신했다. 유서 깊은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가 인수한 것이다. 한동안 ‘SC제일은행’으로 쓰다가 올 1월부터 아예 ‘제일’을 빼고 ‘SC은행’으로 쓴다.

서울 충무로1가에 자리 잡은 SC은행 제일지점은 옛 제일은행의 영화가 고스란히 남은 곳이다. 1929년에 최초의 민간은행으로 설립된 조선저축은행이 1935년에 지은 건물을 1987년 종로의 신축건물로 옮기기까지 제일은행 본점으로 사용했다.

네오바로크 양식의 이 건물은 단아한 비례감으로 금융기관의 믿음을 준다. 목화꽃같이 뽀얀 샹들리에에 무궁화무늬가 화려한 천장, 창문의 우아한 커튼에서 보듯 공간 구성에서 격조를 풍긴다. 바로 옆 신세계백화점과는 조화롭고, 도끼로 찍어 쩍 갈라진 듯한 맞은편 중앙우체국 건물과는 불협화음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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