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 공동 제소 제안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퍼뜨리기 시작했다. 한국을 겨냥한 구체적인 경제 보복조치는 상황을 봐가며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독도 영유권 다툼은 계속 국제사회를 통해 이슈화하겠다는 의도다.

일본 외무성은 22일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도쿄 주재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외무성이 제작한 ‘독도문제 10문 10답’ 등의 자료를 배포했다. 한·일 갈등 고조 이후 일본이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처음이다.

사토 마사루 외무성 국제보도관은 16세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팔도총도를 나눠주며 “울릉도 서쪽에 우산도(독도)가 있는 걸 보면 한국이 생각하는 우산도는 독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이 점유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선 “센카쿠열도에는 영토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홍콩시위대와 자국인들의 센카쿠 상륙 공방으로 이 문제가 주요 국제 이슈로 불거졌음에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여기에다 독도와의 비교에 대해선 “두 문제는 배경이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까지 말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구두(口頭) 공세는 여전히 날이 서 있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참의원 결산위원회에 참석해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민주당 정권 역대 외상들은 양국 관계를 고려해 이런 표현은 자제해 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일본은 구체적인 추가 대응조치에 대해선 ‘일단 지켜보자’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겐바 외상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대응조치와 관련해 “한국이 미래지향적 입장에서 사려 깊게 행동하는지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9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한·일 정상회담 유보 및 정상 간 셔틀외교 중단 등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독도와 관련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보복조치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정부는 양국 간 장·차관급 각료급 접촉 중단 등을 제외한 구체적인 보복조치에 대해 논의했을 뿐 확정짓지는 못했다.

일각에선 수년 전 영토 분쟁과 관련한 중국의 경제 보복을 강력히 규탄하고 국제사회에 부당성을 호소한 일본이 이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 때문에 정부 내 신중론이 제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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