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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염성덕] ‘철원평화산업단지’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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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조성비 싸고 교통의 요충지…대선 후보와 北 당국도 전향적 자세 필요해”

개성공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한 공단으로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지난 5월 말 현재 섬유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 123개 업체가 입주했고, 북한 근로자 5만14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75만여명이 개성공단을 방문했고, 2008년부터 지난 5월까지 14억2624만 달러 상당의 제품을 생산했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임진강 무단 방류로 인한 민간인 사망,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교류를 보류·중단시켰을 때에도 대체로 개성공단의 공장 가동은 이어졌다. 북한은 현 정부를 맹비난하면서도 개성공단이 더 많은 근로자를 고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통치자금 등으로 전용하고 있다며 부작용을 거론한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경제발전과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창구로서 자리 잡았고, 남북화해와 경제협력을 위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성공단 측은 한반도의 평화특구라고 자평한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북한에 조성됐기 때문에 여러 한계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요인에 따라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북한이 통관절차 등을 통제하면 기업 자율권이 침해되고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입주기업의 설비가 고장나면 수리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원산지가 북한이기 때문에 제품을 수출할 때 비교적 높은 관세를 물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 평화산업단지를 짓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화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여러 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군사적 대결과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남북이 각각 비교우위에 있는 자본과 노동력을 결합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인력교류 및 직업훈련을 통해 북한의 인적 능력을 개발하고, 북한에 자생적 자본주의와 산업구조를 형성하는 토대를 만들 수도 있다. 남북 경제협력이 진척되면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을 앞당기고,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강원도 철원군, 경기도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등이 평화산업단지 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연구원 주관으로 지난 2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는 철원군을 유력한 후보지로 꼽았다. 철원평화산업단지 구상은 2005년부터 시작됐고, 18대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가 폐회하는 바람에 자동 폐기됐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개성공단의 역개념, 즉 북측 주민이 철원군으로 출퇴근하는 평화모델을 담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통일연구원 손기웅 박사가 구상한 철원평화산업단지는 북한 근로자들이 철도를 통해 철원에 조성된 공단에 출퇴근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철원을 최적의 후보지로 꼽은 이유는 철원이 한반도 X축의 정중앙에 있어 수도권과 대륙을 연결하는 동북아 교통의 요충지라는 점이다. 중소기업진흥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가 받는 임금의 3배를 줘도 문제가 없을 만큼 토지·공단 조성 비용이 저렴하다.

북측 근로자가 남측 공단으로 출퇴근할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남측 주민들과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철도 운행이 가장 적절한데 현재 기반시설을 고려할 때 철원과 북한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경원선을 복원하면 된다는 것이다. 경원선이 복원되면 장기적으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계할 수도 있다. 철원에 노동당사, 땅굴, 태봉의 역사유적 등이 보존돼 있어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남북 평화공존과 상생을 위해 공약으로 제시할 만한 아이템이다.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에만 올인하지 말고 남측 평화산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근로자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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