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공부의 신’도 울고 간 ‘樂 공부’… 지체장애 1급 서울대 경제학과 김찬기씨

‘공부의 신’도 울고 간 ‘樂 공부’… 지체장애 1급 서울대 경제학과 김찬기씨 기사의 사진

그는 선천성 장애인으로 지체장애 1급이다. 병명은 ‘척수성 근위축증’. 척수의 운동 신경 흐름이 약해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병이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손가락과 발가락 정도. 그것도 겨우 꼼지락거리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전혀 불행하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목표를 세워 하나씩 단계적으로 성취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김찬기(20·천안 하늘중앙감리교회 출석)씨. 서울대 경제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서야 세상과 만날 수 있었다. 휠체어는 그의 몸 일부이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여전히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

방학동안 서울 상암동의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서 인턴실습을 하는 그를 지난 20일 만났다. 비에 젖은 찬기씨를 본 순간, 부자유스런 손으로 우산을 간신히 받쳐 들었을 모습이 떠올라 안쓰러웠다. 그러나 그의 미소 띤 얼굴은 금세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장애인이라 힘들 것이라는 말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사람들에겐 운명처럼 각자 다른 조건이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제겐 장애가 주어졌을 뿐이에요.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극복할 수 있어요. 제게 있어 장애는 ‘자유로움을 방해하는 불편함’ 정도예요.”

그는 당당했다. 포기를 모르는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장애인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중학교와 충남 외국어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영어를 특히 좋아해 영어토론 동아리 활동을 했으며 교내 영어 골든벨에서 우승한 일이 계기가 돼 ‘전국 고교 최강전 골든벨’에 학교 대표로도 참가했다. 또 도전정신과 자립성이 강한 학생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아 2008년 고교 1학년 학생으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그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신앙과 부모님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두 살 되던 해 열다섯 살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진단을 받았다. 부모는 아들의 병으로 슬퍼하고 힘겨워했지만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과 의료진은 모두 찾아다녔다. 5년간이나 전국의 병원 순례를 하다 결국 포기했다. 대신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

“교회는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다독여 주었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믿고 의지할 대상이 됐어요. 우리 가족은 그동안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어요.”

병원 치료보다는 물리치료, 재활훈련에 전념했다. 근육에 조금씩 힘이 붙는 것 같았다.

여섯 살이 되면서 부모는 세상과 격리시켜 키울 생각이 없다는 계획을 찬기씨에게 말해 주었다. 또래 아이들과 사귀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유치원을 보냈다. 다른 어린이에 비해 좀 늦은 나이였지만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 덕분에 잘 적응했다.

초등학교 6년 동안은 반장, 부반장을 도맡아 했다. 공부도 꽤 잘해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중학교 입학 후 잠시 방황을 했지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확실한 목표를 깨닫고는 2학년 때부터 원래대로 돌아왔다.

“저의 하루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시작해 누군가의 도움으로 끝나요. 도움을 주는 사람은 무엇인가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상대를 배려하지만 저는 도움 받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당연하게 받아들였어요. 저도 모르게 장애인은 그래도 된다는 편견을 지니고 있었나 봐요.”

그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열한 살에 깨달았다. ‘나도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도움을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되돌려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공부라는 것을 찾아냈다. 그의 꿈은 그가 받았던 것보다 더 큰 도움을 사람들에게 공부로 돌려주는 것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욕망에 외고에 진학했다.

고교 입학을 앞둔 겨울방학 척추측만증이 나타나 어려운 수술을 받았다. 장애가 있어 자가 호흡이 힘든 탓에 성공률이 극히 낮은 위험한 수술이었다.

“이 일은 하나님이 아니고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었어요. 하나님께서는 제게 ‘기회를 주겠다. 너를 다시 태어나게 한 이유를 찾아보고 깨우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이 일은 그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 자신의 인생에 책임감을 느꼈다. 다시 태어난 세상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자신의 삶이 가야 하는 방향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공부도 즐기면서 했다. 최근 자신만의 ‘락’ 공부법을 담아 ‘공부의 신을 이기는 공부의 락(樂)’(국일미디어)을 펴냈다.

찬기씨는 “진심으로 공부를 즐길 때 ‘공부의 신’도 ‘공부의 달인’도 이길 수 있다”며 “그리고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 ‘꿈’이라는 값진 선물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청하기

국내외 교계소식, 영성과 재미가 녹아 있는 영상에 칼럼까지 미션라이프에서 엄선한 콘텐츠를 전해드립니다.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