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34) 화가와 자연사박물관 기사의 사진

그림 정면에 진지한 얼굴의 노신사가 커튼을 들어 올리며 안을 보라고 권하는 듯하다. 커튼 속 큰 방 벽의 진열장에는 조류표본이 가득하다. 오른쪽 커튼 밑으로 고대 코끼리 마스토돈의 표본이 보인다. 테이블 위에는 팔레트가 놓여 있고 매머드 뼈 표본이 테이블에 기대어 있다. 자세히 보면 전시장 벽면 상부에 초상화가 보인다. 전시장에는 아들의 손을 잡고 열심히 설명해 주는 아버지, 표본을 보고 놀란 듯한 여자 관람객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묘한 대비가 사뭇 신기한 이 그림은 미국 화가 찰스 윌슨 필이 81세에 그린 자화상이다.

뒤에 보이는 전시실은 그가 직접 만든 자연사박물관이다. 필은 미국 워싱턴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유명인의 초상화를 그렸던 잘 알려진 화가였다. 한편으로는 자연사에 흥미를 가져 1786년 필라델피아에 최초의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했고, 1801년 고대 코끼리를 발굴한 장본인이다. 그는 “자연사 공부는 우리가 무지의 편견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것이며, 그 어떤 것도 헛되이 만들어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도록 해줄 것이다”라는 신념을 설파하며 자신의 박물관 문에 ‘자연의 학교’라고 붙여놓았다. 우리나라에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이 드디어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정말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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