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理性으로 안보 생각하기 기사의 사진

“안보는 국가 생존의 기본전제다. 위기상황에 무감각한 것은 정상이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심상치 않다. 동북아시아 해상에서는 몇몇 섬 영유권을 놓고 한·중·일이 뒤엉켜 동북아판 삼국지가 전개되고 있다. 또 반도 북쪽에서는 인류사상 유례없는 공산주의 3대 세습 독재자가 집권한 북한 정권이 연신 종주먹을 흔들며 남쪽을 집어삼키겠다고 을러대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역사 분쟁을 배경에 깔고 있는 동북아 3국 간 영토분쟁도,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도 해묵은 것들이다. 그러나 어제 오늘 펼쳐지고 있는 사태 진전은 종래와는 양상이 다르다.

우선 중국과 일본은 각각 실탄까지 동원한 도서 강습상륙훈련과 기습점령을 격퇴하는 도서방위훈련을 보란 듯이 실시했다. 한 중국 신문이 ‘청일전쟁 전야’라고 표현했듯 바야흐로 제2의 중일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꽃은 센가쿠 열도를 사이에 둔 중·일 사이에서만 튀지 않는다. 각각 이어도와 독도를 두고 티격태격하고 있는 한·중, 한·일 간에도 옮겨 붙을 수 있다. 3국 모두를 휩쓸고 있는 민족주의 열풍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막 권력을 잡은 갓 28세의 ‘애송이’ 김정은은 노회했던 김정일과 달리 언제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른다. 대남 위협 구두탄(口頭彈)이 실탄으로 바뀔 가능성이 김정일 때보다 훨씬 크다. 체감 안보불안지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치고는 참으로 희한하게도 대다수 우리 국민은 무사태평이다. “아직 남녘땅을 밟아보지 못한 청춘들이여, 총대를 틀어잡으라. 진군이다”라며 “하룻밤 자고나면 서울이 점령된 소식, 두 밤 자고나면 제주도에 공화국 깃발이 꽂혔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노동신문 27일자)이라는 북한의 으름장은 뉘 집 개가 짖느냐는 식이고, ‘대국 굴기’를 내세우며 제국주의적 야심을 숨김없이 내보이는 중국과 보통국가화, 나아가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의 무력시위로 동북아에 격랑이 이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그 미친 파도가 우리한테까지 오랴 하며 ‘설마’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저마다 대통령 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에게서도 안보에 관한 공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경제민주화니 복지니 하는 것들에 관해서는 허다한 말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그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모든 국정의 전제가 되는 국가안보에 관해서는 별 말이 없다. 언론들이 대선 후보로 나선 이들에게 외교 안보 등 국가적 대전략을 제시하라고 다그쳐도 소용없다. 그 국민에 그 지도자라고나 할까.

기껏 김두관 민주당 예비후보가 안보 공약을 내놨지만 내용은 실망스럽다. 동북아의 파랑과 북한의 고강도 대남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지 청사진을 보여주기는커녕 안보위기 상황과는 거꾸로 가는 모병제 및 병력감축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군대 가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의 표를 노렸거나 미미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이지만 도대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병력감축에 모병제라니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공약 제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조금만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으면 식료품 사재기를 한다든지 하며 호들갑을 떠는 것은 옳지 않다. 또 안보 위협에 민족의식 등을 앞세워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안보 위기상황에 무감각한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초연함이나 의연함

이 아니다. 안보불감증일 뿐이다.

안보 얘기를 거론하면 거의 생래적으로 반감을 보이는 부류가 있다. 정치적으로 판단해 ‘안보장사’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실제로 과거 집권세력이 안보를 ‘장삿속’으로 이용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안보는 국가 생존의 전제다. 종래 미국에 기대 안보 무임승차가 가능했던 타성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감성이 아니라 이성에 근거해 안보를 생각할 때 지금 같은 안보 위기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다. 대통령 하겠다는 이들이 안보에는 입 꽉 닫고 있는 풍토부터 고치도록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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