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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김준동] 런던의 박용성·조중연 회장

[데스크시각-김준동] 런던의 박용성·조중연 회장 기사의 사진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아닌가요. 그런데 런던올림픽에서는 모르겠더라고요. 그분들이 도대체 어느 나라 체육회장인지, 어느 나라 축구협회장인지 정말 헷갈리더군요.”

최근 만난 체육계 고위 인사의 말이다. 런던올림픽 기간 내내 현지에 체류한 이 인사는 한국 스포츠 단체 수장들의 부적절한 대처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타깃은 박용성(72) 대한체육회장과 조중연(66)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집중됐다.

독선, 아집으론 지도자 안돼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박 회장은 런던올림픽에서 조준호(유도) 신아람(펜싱) 선수의 오심 사건, ‘독도 세리머니’ 사과 이메일 사건 등에 휘말리며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박 회장의 1라운드 설화(舌禍)는 유도장에서 시작됐다. 조준호 선수의 판정 번복 사건에 대해 박 회장은 “오심 사건이 아닌 오심 정정 사건”이라는 입장을 취하며 심판 판정에 승복했다. 자국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린 심판 3명에 대해 일본의 교도통신조차 ‘바보 삼총사(The Three Stooges)’ 영화를 패러디하며 판정 번복을 비꼬기까지 한 터라 박 회장의 발언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2라운드는 펜싱장에서 터졌다. 신아람 선수가 준결승에서 ‘멈춰버린 1초’ 사건으로 피스트(펜싱 플로어)에서 펑펑 눈물을 흘릴 때 박 회장은 신 선수에게 판정에 승복하고 3-4위전에 출전할 것을 종용했다. 오심에 항의해 출전을 거부하는 대한펜싱협회와 선수를 직접 설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뻣대면 이긴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다. 3-4위전을 나가지 않을 경우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 갈 수 있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지나친 독선에서 우러나온 그의 발언은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 이후 박 회장을 겨냥한 악플이 쏟아졌다. 악플이 얼마나 많았던지 박 회장은 열세 살 먹은 손녀딸의 문자 내용까지 공개했다. ‘그래도 저는 할아버지 믿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박 회장 독선의 극치는 박종우(축구)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과 이메일’이었다.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굴욕적인 사과 이메일 사건에는 한국 스포츠의 총본산인 대한체육회 수장인 박 회장 외에도 대한체육회 산하 56개 경기단체 가운데 하나인 대한축구협회의 조중연 회장도 연루돼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평생 먹을 욕의 10배를 런던에서 다 먹었다”고 말했던 박 회장은 내년 2월 말 4년 임기를 마친 뒤 재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나타난 그의 독선과 아집으로는 재선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산하 단체의 불신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스포츠 외교 한계 드러내

2009년 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조 회장도 내년 초에 역시 재선을 꿈꾸고 있다. 조 회장은 이번 올림픽뿐 아니라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에 단 한번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을 경질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을 때도, 올 2월 직원 횡령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도 조 회장은 그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횡령 사건 때는 내부 통신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남은 10여개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져놓고 떠나겠다”라는 말까지 남겼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흐르자 사퇴 발언은 흐지부지됐다.

런던올림픽은 끝났고 언제나 그랬듯 여론이 잠잠해지길 그들은 또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이나 국제대회는 계속 열린다. 내년 재선을 노리고 있는 두 수장의 책임지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김준동 체육부장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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