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건축-‘명옥헌’] 간소하다, 조화롭다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정자(亭子)문화를 대표하는 곳이 경남 함양과 전남 담양이다. 이 가운데 담양이 더 알려진 것은 가사문학이라는 콘텐츠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강정에서 소쇄원에 이르기까지 문장가 정철(1536∼1593)의 숨결이 자욱하게 배어 있다. 식영정 환벽당 독수정 취가정 풍암정 면앙정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담양의 정자벨트 가운데 나는 명옥헌(鳴玉軒)을 으뜸으로 꼽는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 흙먼지 폴폴 이는 소쇄원에 비해 명옥헌은 담장 하나 두르지 않는 소박함을 보여준다. 대신 주변의 자연을 병풍으로 삼았다. 정자 앞 작은 연못에는 물방개가 유영을 하고, 오른쪽 개울물은 이름처럼 ‘옥구슬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졸졸 흐른다.

또 다른 매력은 동네와의 조화다. 골목길 굽이진 후산마을은 지금쯤 감이 한창 익는 자연마을이다. 그 동네 끝자락에 정자가 있다. 명옥헌 마루에 앉아 푸른 솔숲 속의 붉은 백일홍을 보노라면 정자를 지은 오이정이란 인물이나 이곳을 찾은 인조와 송시열과 같은 문화재 정보는 하찮게 여겨진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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