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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박병권] 신 志操論

[여의춘추-박병권] 신 志操論 기사의 사진

“한때 ‘국민검사’로 칭송받던 안대희의 정치적 행보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요즘처럼 유혹이 많은 세상에 지조를 지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도 좋은 것이 많아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금세 한눈을 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찍이 북송의 철학자 장횡거(張橫渠)는 마음을 ‘금방 잡은 새’에 비유하지 않았을까 싶다. 금방 잡은 새가 손만 놓으면 훌훌 날아 가버리듯 우리 마음도 긴장하지 않으면 풀어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조 있는 사람을 존경하고 기꺼이 그를 따르며 때로 우러러보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 명리만을 위하여 그 동지와 지지자와 추종자를 하루아침에 함정에 빠뜨리고 달아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곧 다가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소속 정당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인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유력한 대선주자에 붙지 못해 안달하는 지식인도 한둘이 아니다.

철새 정치인에게야 그런 기대조차 하지 않지만 최근 새누리당에 합류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특정 정파에 소속됐기 때문에 반대파 인사들은 매몰차게 그를 몰아치고 반대로 보수인사들은 나름대로의 선택이라며 관대하다.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기는 했지만 이른바 ‘국민 검사’라는 자랑스런 명예는 버린 듯하다.

사법시험 17회 최연소 합격생인 그는 시험 동기생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 이종왕 전 대검수사기획관과 더불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면서 미래의 검찰총장감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중수부장 시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을 가차 없이 구속하는 강단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과 함께 ‘검찰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으며 대한민국 검사로선 처음으로 팬클럽도 생겼다. 본인은 잊어버렸는지 몰라도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로 인해 검찰 후배들도 ‘권력의 시녀’라는 오랜 비아냥에서 벗어나 모처럼 어깨에 힘을 주고 자존심을 회복했다. 분명 안대희는 검찰 내에서는 작은 영웅이고 지도자였다.

그의 변신이 많은 검찰 후배들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쇄신이라는 역할을 잘해 평가를 받겠다고 하지만 순일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조 있는 행동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지조를 지키는 선비는 변명을 하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법관에서 정치권으로 진입한 인사가 그가 처음은 아니다. 대쪽판사로 소문나 명성을 떨치던 이회창 전 대법관이 있다.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도 있다. 법조계에서 명성을 날리던 두 사람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뒤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법 논리와 정치 논리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지조론’의 저자 조지훈의 기준에 따르면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조를 버리고 변절했다고까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특정 정파에 몸을 담은 것이 아니라 깨끗한 정치라는 대의를 위해 자유인으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 철새처럼 자신을 밀어준 지역 유권자를 배신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지극히 실망스런 행보인 것은 분명하다.

한 분야의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의 다음 행보는 모든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때문에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법조 고위직에 있다가 은퇴한 뒤 변호사 개업을 쉽게 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때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검사가 특정 정파에 몸담은 것은 본인의 결백 주장에도 불구하고 별로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를 따르는 많은 인사들이 실의에 빠지는 것은 별 문제라 하더라도 난장판 같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쉽사리 다른 분야에 몸담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조를 지켰다는 말을 듣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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