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 내 영혼의 책갈피] (9) 순전한 기독교 기사의 사진

순전한 기독교 (C S 루이스, 장경철, 이종태 옮김, 홍성사)

C S 루이스를 생각하면 때때로 사도바울과 그 이미지가 겹쳐진다. 물론 바울은 열악하고 위협적인 환경 속에서 가공할 행보를 보이며 발로 뛰며 문서로 선교했고, 루이스는 훨씬 문명화된 시대 속에서 주로 저술과 강연을 통해 보다 편하게 매체선교를 했다는 점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놀라운 영향력에 있어서는 감히 바울에 비견할 정도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기독교에 인색하거나 부정적이기 쉬운 타임 같은 잡지까지 나서서 그를 표지인물로 다룰 정도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입증될 만한 것이지만 이런 세속적 평가를 넘어서 그가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기독교 사상가이자 저술가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루이스를 읽을 때면 그 놀라운 통찰과 직관, 그리고 치밀함과 명료함에 매순간 감탄과 한숨을 쉬지 않을 수가 없다. 옛날 우리 초등학교 때에는 ‘수련장’과 ‘전과’라는 두 종류 참고서가 있었다.

수련장의 난해한 문제들을 끌어안고 씨름하다가 전과를 펼치면 거기 명료하게 문제풀이 방식과 해답이 나와 있다. 루이스의 책은 그 전과와 같다. 논리적이고 명료할 뿐만 아니라, 치밀하고 객관적이다. 미시와 거시의 현미경과 망원경이 한꺼번에 작동되고 있다. 읽을 때마다 “아아!”나 “오오!”를 연발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의 또 다른 저서 ‘고통의 문제’에 보면 “고통은 하나님의 확성기” 라는 문장이 나온다. “고통은 하나님의 확성기이다. 이제 그만 그 죄에서 나오라는….” 이 한 문장만으로 우리는 고통의 영적 의미와 본질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순전한 기독교’는 그 모든 것이 집대성된 책이고 이미 우리시대의 기독교 고전이 된 지 오래인 책이다. 기독교에 관한 의문과 쟁점의 항목들을 그 옛날의 전과처럼 명료하게 도해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장 큰 죄’로 그는 ‘교만’을 들면서 이렇게 정의한다. “그것은 가장 핵심적이고 궁극적인 악이다. 성적 부정, 분노, 탐욕, 술 취함 같은 것들도 이 악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악마는 바로 이 교만 때문에 악마가 되었으며 이것은 온갖 다른 악으로 이어진다. 교만은 하나님께 전적으로 맞서는 마음의 상태이다….” 그런가 하면 성적(性的) 부도덕에 관해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어떤 정신없는 그리스도인들은 마치 기독교가 성이나 육체 혹은 쾌락을 본질적으로 악하게 여기는 양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기독교는 육체를 철저히 인정하는 거의 유일한 종교이다. 하나님 자신도 한때 인간의 몸을 입으셨을 뿐 아니라. 장차 천국에서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몸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는 다른 어떤 종교보다 결혼을 찬양한다.” 그러면서 문제는 성 그 자체나 성이 주는 쾌락이 아니라, 끝없이 그것을 부추기고 심지어 찬양하며 그것만이 삶의 주된 관심사가 되도록 몰고 가는 사악한 흐름이라고 정의한다. ‘정의’나 ‘악의 징벌’ ‘자율의지와 선택’ 같은 부분에 이르러서는 등골이 서늘하도록 단호하고 명료하다.

“하나님은 세상을 침공하실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드러내 놓고 직접 세상에 간섭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그 뜻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날은 바로 세상에 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극작가가 무대위로 걸어 나오면 연극은 끝난 것이다. 하나님은 틀림없이 세상을 침공하실 것이다. 그러나 자연계 전체가 하룻밤 새에 꿈처럼 사라지고, 그전까지 한번도 생각지 못했던 그 무언가가 밀고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될 그날,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 아름답게,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나 무섭게 다가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을 그날에 가서야 그의 편이라고 나서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날의 하나님의 모습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피조물들은 저마다 거역할 수 없는 사랑에 뒤덮이든지, 거역할 수 없는 공포에 뒤덮일 것이다. 그때에서야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하려 들면 이미 늦을 것이다. 일어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엎드리겠다고 말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고 그것은 선택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옳은 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때이다. 하나님은 바로 이 기회를 주시려고 잠시 지체하고 계실 뿐이다. 그러나 영원히 지체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기회를 잡든지 버리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루이스를 읽는 것이야말로 이 선택의 한 대오에 서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김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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