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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김무정] 부자 형 가난한 동생

[삶의 향기-김무정] 부자 형 가난한 동생 기사의 사진

부자 형과 가난한 동생이 살았다. 동생은 형이 잘 사니 자신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이것저것 요구하고 마음에 안 들면 행패를 부렸다. 협박과 폭력도 행사했다. 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관계를 단절해 버렸다.

형제 관계는 그렇다 치고 큰집 자녀들 눈엔 작은집 동생들이 너무 불쌍했다. 헐벗고 굶주린 그들이 안쓰러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갖다 주려 했다. 그러자 형은 이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아무 것도 주지 못하게 하고, 자녀들에게 접근금지 명령까지 내렸다. 동생은 그래도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오히려 막말을 하며 형을 비난한다.

남북 관계가 이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2010년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포격 도발로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남쪽 정부는 5·24 조치를 통해 남북교역 중단과 방북 불허, 신규투자 불허 등 초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정부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조치이고 해야 할 명분도 충분했다.

주기도 받기도 힘든 대북지원

그러나 이로 인해 그동안 지원규모를 키워가던 국내 NGO들의 대북 지원 사업이 모두 중단됐다. 북한을 돕는 국내 NGO 20여개가 모여 만든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자료에 의하면 매년 500억여원에서 1500억여원까지 전달되던 대북 민간단체 물자 지원액이2011년 131억여원으로 크게 줄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더라도 남쪽 국민의 순수한 동포 사랑까지 외면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원래 공식적인 대북지원은 안 되지만 영·유아나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부가 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아 많은 대북 지원 NGO들이 거의 일손을 놓아야 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전까지 NGO들은 저마다 북한과 크고 작은 라인을 갖고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북한을 도와주기 위해 모금한 물품이나 성금마저 전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특이한 모양새가 됐다. 이 여파로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 국적 한인들의 대북활동이 급속히 늘어났다. NGO들도 이들을 통해 일부 물자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강경노선을 유지하던 정부도 정권 말기가 되어서인지 최근 조금씩 방북 허가를 내주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가 승인해도 도리어 북한 당국에 의해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얼마 전 평양을 방문하려 했던 한 교회팀이 북한에서 비자를 내주지 않아 일정이 무산됐다. 주기도 까탈스러운 것이 대북지원사업이다.

고통받는 北 주민 도와야

이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쪽은 결국 북한 주민이다. 특히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영·유아와 어린이들이다. 이들에겐 정치적 이유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을 돕겠다고 나서는 남한의 후원자들 역시 그저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겠다는 따뜻한 마음일 뿐이다.

이제 남한이나 북한 당국은 이 순수한 마음들이 이어지는 것에 더 이상 방해자가 돼선 안 된다. 북한은 남한에 대한 적대 행위를 멈추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형과 동생의 감정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자식들까지 싸움에 끌어들이면 두 집안의 장래 관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오히려 자식들의 왕래를 측면 지원하여 싸움을 반전시킬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명한 길일 수 있다.

김무정 종교부장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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