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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송세영] 복지 사각지대와 교회

[삶의 향기-송세영] 복지 사각지대와 교회 기사의 사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아동 성폭력 범죄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한국 교회에서 자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못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미루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다.

아동에 대한 복지는 최근 많이 확대됐지만 연령대별로 차등이 심하다. 5세 이하 영유아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이 늘었는데, 복지 확대에 저출산·고령화 해소라는 명분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 덕에 수혜 대상도 중산층까지 포괄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반면 초등학생이 대부분인 6세 이상 어린이의 경우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니면 복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저소득층이면서도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차상위 가정의 초등학생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방과후수업은 턱없이 부족하고 사교육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부모가 일하러 간 낮시간에는 집이나 거리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정부나 지자체가 방과후학교나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이들을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재정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손길을

학교가 파한 뒤 갈 곳이 없는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해결책은 교회다. 도시 골목골목마다 있고, 농어촌도 일부 오지를 제외하곤 없는 곳이 없다. 주일을 제외한 평일 오후 교회 공간은 대부분 비어 있다. 교회학교를 운영하니 교육 노하우도 있고, 성도의 자원봉사도 기대할 수 있다. 물적·인적 인프라 면에서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프로그램별 전문 강사까지 초빙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재정적 부담이 있다. 재정 여건이 충분치 않은 교회가 많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다면 참여할 수 있는 교회의 폭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 공공선 위해 협력해야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교사 인건비를 지원한다면 거의 대부분 교회가 참여할 수 있다.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교사를 채용해 파견하는 것도 방법이다. 교회는 공간을 제공해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부나 지자체는 교사를 파견하거나 인건비를 지원하는 식의 협력 모델이 가능하다. 재정 여건이 좋아 자체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교회가 있다면 정부가 교회의 투자 몫만큼 지원하는 매칭펀드 방식도 도입할 수 있다.

걸림돌은 공적 사업에 종교를 관여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반대논리다.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고 정교유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논거인데, 이는 기본 개념부터 잘못 파악한 것이다. 정교유착이란 이권을 둘러싸고 야합하는 경우를 뜻하지 사회복지 같은 공공선을 위해 협력하는 것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정교분리도 정치가 종교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지 공공 가치와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것까지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군에 군종사관과 군종병을 두는 게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종교적 색채를 띠는 복지사업을 정부가 지원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는 극단적 논리까지 편다. 이 대목에 이르면 정교유착 우려는 핑계일 뿐 주요 종단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해온 사실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송세영 기자 종교부 차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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