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원근] 양적완화 효과 있을까 기사의 사진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제한 국채매입안을 발표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차 양적완화 방안을 내놓은 후 전 세계 금융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럽 증시도 상승일색이며 신흥국 주식시장도 상승열기가 대단했다. 이렇게 뜨거운 국제 금융시장의 모습은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 등으로 침체 기색이 역력했던 세계경제가 다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을 보여주는 것인가.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내놓은 방안은 공통점과 차별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막대한 양의 채권을 매입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정책 목적이 미국의 경우 경기부양에 있는 반면 유럽의 경우는 재정위기 완화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유로존은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 외에도 스페인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심화 우려로 두 나라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금융시장이 냉각되고 있다. 이는 유럽 지역 경기침체를 가속화해 글로벌 경제를 다시 침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ECB는 구제금융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무제한 국채매입안을 통해 위기국의 재정안정을 꾀하고 재정위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차단하려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소위 대규모의 채권자산을 매입하는 3차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금리를 낮춰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런 방안은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거둬 일자리 창출, 실업 감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 미 연준의 견해다. 미국경제는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여전히 8%를 상회하고 있으며, 주택시장과 소비의 정체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의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발표된 부진한 고용지표는 3차 양적완화 채택을 촉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은 앞으로 세계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선진국 경제의 양대 축이다. 따라서 양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세계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정책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를 갖고 있는 방안이다. 경제개혁과 긴축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는 하지만 위기국에 대한 재정개혁 압력을 감소시키고 재정의 무임승차를 조장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국 국채금리 하락과 금융시장 안정도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무제한 국채 매입에 따를 국채금리 하락은 민간 투자자의 국채 매도세를 증가시켜 오히려 금리를 다시 반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도 효과는 미지수다. 미 연준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지난 1, 2차 양적완화는 경기회복에 크게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현재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고용이 부진하고 주택시장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은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재정위기, 재정절벽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다. 따라서 3차 양적완화는 경기회복에 기여하기보다는 국제 곡물가격 급등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있고 전 세계적인 유동성 증가로 이어져 자산시장의 거품을 잉태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중앙은행이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는 통화정책을 수행할 경우 부작용이 반드시 나타난다. 특히 세계화로 인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세계경제에 급속도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의 양적완화도 경기회복이나 재정위기 해결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면서 전 세계적인 자산시장의 거품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한 주가 상승세에 즐거워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