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호 칼럼] 나누면 커지는 것들 기사의 사진

“애플이 독점 챙기려 혁신 놓칠 때, 싸이는 콘텐츠 공유 통해 파이 키웠다”

딸아이는 애플 팬이었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로 음악을 들으면서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대학에 가서는 선물 받은 아이패드를 들고 다녔다. 휴대전화 아이폰4는 고등학교 때 쓰던 피처폰의 약정기간을 놓고 고민하다 포기했다. 곧 아이폰5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다 이달 아이폰5 출시 소식을 듣고서도 값이 떨어진 갤럭시S3를 구입했다. 아이폰에 대한 미련은 없는 듯했다.

젊은이들이 오랜 세월 함께했던 ‘아이(i)’ 시리즈와 결별하는 것은 애플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아이폰5에 대한 조롱이 넘친다. 흉측하게 길이만 길어진 모습에 빗대 “리모컨 같다”거나 “따귀를 때릴 기세”와 같은 혹평이 주류다. ‘아이폰23S 가상모델’이라는 제목의 사진은 점점 길어져 줄자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폰이 자라고 있어요” “나중엔 보드처럼 타고 다녀도 될 듯”이라는 야유의 댓글이 붙는 것은 물론이다.

IT에 밝지 못한 나도 아이폰5를 보고 놀랐다. 혁신은커녕 스티브 잡스가 그토록 강조했던 디자인마저 흉물스럽게 뽑아졌으니, 추격자를 기술 아닌 소송으로 퇴치하려 드는 애플의 불안감을 알 만했다. 아이폰4-아이폰4S-아이폰5 사이에 별다른 기술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증거다. LTE 강국인 한국을 1차 출시대상 9개국은 물론 2차 22개국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서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의 발언이 무게감 있게 들린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회견에서 “애플이 무기로 삼는 것이 혁신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비판하면서 “대기업들이 특허를 나눠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내라”고 권유했다. 특허의 ‘신규성’이라는 게 사소한 발견인 경우가 많고 이걸 특허법으로 20년간 묶어둔다면 되레 기술발전의 걸림돌이 되니 애써 개발한 기술을 독점하기보다 나누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지금 지구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싸이 열풍도 알고 보면 이런 권리를 내려놓아 성공한 케이스다. 싸이가 연출해보인 해학적 코드가 글로벌 담장을 넘겼다는 콘텐츠적 접근 외에 저작권 침해에 소송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이 파이를 키웠다. 실제로 애플의 특허권처럼 ‘강남스타일’을 구성하는 악곡과 안무에 창작성이 있어 충분히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지만 법에 기대지 않고 수많은 영상의 모방과 변형을 방임했다.

결과는 어떤가. ‘강남스타일’이 한국 가수 노래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이튠즈 음원 차트 1위에 오르자 미국 NBC 간판프로 ‘토요일 밤의 생방송(SNL)’이 초대했다. 이미 2억건을 넘어선 유튜브 조회수는 어디까지 기록할지 예측불허다. 몸값 역시 천정부지다. 계약을 맺은 8개 기업마다 연간 모델료로 4억∼5억원씩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뉴스든 광고든 TV를 틀면 온통 싸이 스타일!

시대의 흐름에 탁월한 감각을 가진 이어령 선생은 “특허는 너무 엄격해도, 너무 약해도 안 되는 양날의 칼”이라고 강조했다. 지적재산의 독점과 공유를 조정하는 사회문화적 인식이 법에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그 칼을 너무 크게 휘둘러 스스로 다쳤고, 싸이는 칼집에 넣어둔 채 즐겼다. 싸이 신드롬은 또다른 한류의 확산이라는 두루뭉술한 해석을 넘어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세련되게 다룬 기획사의 승리로 읽힌다.

당신이 창작자라면 어떤가. 길을 가다 옷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대해 돈을 받고 싶으면 독점적 마인드다. 가게는 더 이상 음악을 틀지 않게 되고, 거리는 점차 황량해지며, 사람들의 발길은 줄어들 것이다. 지나가는 행인이 그 노래를 듣고 음반을 구입할 수도 있겠다고? 그게 공유의 정신이다. 나눔은 상실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혁신의 가치에서 뒷걸음치는 애플에게 길거리 음악의 철학, 싸이의 지혜, 그리고 이어폰을 나누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들려주고 싶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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