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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남호철] SNS, 양날의 칼

[데스크시각-남호철] SNS, 양날의 칼 기사의 사진

한국에서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10월의 풍요로움과 임신 10개월을 상징으로 삼아 지정됐다.

이날이 중국에서는 ‘쌍십절’이라고 불리는 경축일이다. 쌍십절은 1911년 10월 10일 중국 우창(武昌)에서 발생한 봉기에서 비롯됐다. 한족 입장에서는 약 300년 동안 중국 대륙을 지배했던 청나라의 만주족 전제정권에 항거한 날이다. 신해년에 일어나 신해혁명(辛亥革命)이라고도 불린다. 중국 역사에서 2000여년간 지속된 전제체제가 무너진 뜻 깊은 날인 셈이다.

최근 이날을 둘러싼 괴소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른바 ‘10월 10일 괴담’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동영상 사이트 등에는 ‘중국의 쌍십절이 인육을 먹는 날’이라는 내용의 괴담과 동영상 등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괴소문 퍼나르는 것은 범죄

‘중국에서는 쌍십절이라 불리는 날에 인육을 먹는 풍습이 있으며 이를 위해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관광을 온다’는 섬뜩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한국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해 인육을 조달하기 위해 사람들을 납치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도 추가돼 있다. SNS를 강타한 이 소문은 유명 포털 사이트 게시판까지 점령하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졌다.

소문은 지난 4월 발생한 경기도 수원 토막살해사건에서 출발한다. 한국인 20대 여성을 집으로 납치한 뒤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낸 중국동포 오원춘의 당초 범행 목적이 인육을 중국으로 공급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소문을 유포한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2007년 1월 경기도 안산 토막살해사건 범인이 중국동포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소문과 함께 유포된 영상에 담긴 잔인한 장면들은 소문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영상에 중국동포의 살인사건이나 인육 공급 의혹을 다룬 우리나라 방송 뉴스 영상이 일부 삽입됐으나 한국인 인육매매 정황을 포착한 장면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네티즌들은 공포심을 드러내며 소문을 퍼날랐다. 여기에는 오원춘 사건 이후에도 강력범죄가 끊임없이 횡행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진 것이 밑바탕에 깔려 있으리라 짐작된다. 이 같은 현상은 SNS의 역기능임에 틀림없다. 잘못된 정보나 오류도 빠르게 전달돼 죄의식이나 책임을 따지기도 전에 확산시키는데 자신도 모르게 일조한다는 것이다.

순기능도 적지 않다. 공공장소에서 법을 어기거나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다가 SNS를 통해 고발돼 망신살이 뻗치거나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도 많다.

2005년 애견을 데리고 지하철에 탔다가 개가 싼 똥을 치우지 않고 그냥 내리는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공분을 샀던 ‘지하철 개똥녀’ 이후 지하철 승강장에서 줄을 서라는 노인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었던 ‘지하철 막말남’과 고속버스 좌석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이 폭로된 ‘고속버스 변태남’ 등 ‘○○남(녀)’들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유익하게 사용하는 지혜 필요

지난 7월 남의 식당 앞에 차를 대놓고 화분을 훔쳐가던 모습이 CCTV에 찍혀 공개된 ‘용인 화분녀’는 인터넷에 동영상이 오른 지 20시간 만에 견디지 못하고 자수했다. 경적을 울린다며 시비를 벌인 끝에 차량을 뒤쫓아 오토바이 헬멧으로 후사경을 깨뜨리고 도망갔던 ‘서부간선 헬멧 무법남’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뒤 이틀 만에 검거됐다.

SNS는 잘만 운용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소통의 도구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 확인되지 않은 악성 루머 유포 등 역기능도 가진 ‘양날의 칼’이다. 열린 소통의 장이 되도록 순기능은 살려 나가면서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이용자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남호철 디지털뉴스부장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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