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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원전 역풍… 석탄화력발전 시대로 U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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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은 과연 석탄화력 발전에 바통을 넘길 것인가. 그러자니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녹색성장을 포기해야 한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안해 공급능력을 확충할 것인가, 수요 감축을 우선할 것이냐도 논란거리다. 발전소 추가건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 등 수요 감축을 주된 정책과제로 삼되 당분간은 블랙아웃 위험에 대비한 공급 확대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진단을 분석해 본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 중인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반대여론이 심한 상황에서 늘어나는 전기수요를 충족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화력발전소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공약한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성장 목표가 흔들린다.

◇석탄화력발전의 르네상스?=한때 퇴물 취급을 받았던 석탄화력발전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황이 닥친 건설업계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6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 7월 민간업체들로부터 발전소 신규 건설의향서를 받았다. 24개 민자발전사업자들이 참여한 총 입찰규모는 모두 50기로 발전용량은 4만7100㎿에 달했다. 이는 설비용량이 보통 1000㎿급인 원자력발전기 47기에 해당되는 규모다.

민자발전사업자들이 왜 석탄화력발전에 앞다투어 진출하려 할까.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유연탄 화력발전사업은 LNG보다 가격이 매우 싼데다 20∼30년 동안 장기적이고 안정적 수익을 낸다”면서 “특히 한전 자회사와 달리 민자사업자에게는 전력가격 할인율이 적용되지 않아 영업이익이 50%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전력가격 할인율이란 한전이 발전 자회사들이 과도한 이윤을 얻지 못하도록 값싼 연료로 생산한 전기에 대해서는 가격을 깎아서 사들이는 제도를 말한다. 즉 한전은 LNG 연료 발전단가인 1㎾h당 133원이 아니라 평균 67원을 주고 자회사의 석탄 화력 전력을 사왔다. 그러나 민간 사업자에 대해선 이런 규정이 없다. 한전이 제 값을 주고 민간업체 전력을 사오려면 1㎾h당 133원을 줘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 역행=하지만 화력발전의 부활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석탄 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수은 등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유해요소를 90% 이상 제거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반경 50㎞ 안팎까지 오염물질을 확산시킨다. 그 때문에 수도권대기특별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고체연료(석탄)를 발전연료로 쓸 수 없게 돼 있다. 미국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죽음의 공장이라는 인식이 퍼져 단계적으로 폐쇄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화동핵(西火東核·서해안 화력, 동해안 핵발전)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남해안, 동해안 가릴 것 없이 발전소가 들어설 태세다.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 강원 고성 등 민간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지역에서는 연일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고, 경북 포항시는 아예 시의회가 나서 민간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당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당진, 서산, 보령 지역에 화력발전소 추가 건설계획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이러다가는 런던처럼 스모그현상으로 인한 집단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 확대는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 다량배출 공장이다. 김창섭 경원대 교수는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30% 감축목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 비중 확대의 근거”라며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원전 증설 없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하면서 화력발전소 증설을 고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력을 주로 생산하는 곳은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해안가이고 주로 소비하는 곳은 수도권과 대도시다. 이런 환경 불평등과 사회갈등이 이제는 비등점을 넘어설 태세다. 김창섭 교수는 “이제 전기공급도 분산화, 즉 전기 수요지 근처에 발전소를 근접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도 중앙집중 발전 대신 분산형 전원을 추진하기로 했으므로 공장 유치에 나선 경기도처럼 전기 수요가 증가하는 곳에 발전소가 더 생길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값싼 전기를 위해) 희생해 왔지만 앞으로는 소비자나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이 고통 분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장기적 대안, 수요관리는 어디로=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의 기본방향을 둘러싼 논란 가운데 수요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관한 것이다. 전기요금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소비행태를 좌우하는 시그널(신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산업용 전기요금이 대폭 오르면 기업은 자가발전 비용이 그보다 싸지는 시점부터 자가발전 비중을 높일 것이다. 보다 더 정확하게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가파른 인상추세가 예고되는 시점부터 기업들은 폐열재활용 등 자체발전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윤순진 교수는 “전기 요금에 환경비용을 반드시 반영해 정상화하고 기업들에게는 열병합이나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자가발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무엇보다 (계획정전 등을 통해) 전기가 언제든 공급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부터 고치도록 해서 생활양식의 전환을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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