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대선에 부는 북풍의 추억 기사의 사진

“북한의 심상찮은 서해상 움직임의 의도는 남한 대선 흔들기가 맞을 듯”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전 청와대 행정관도 포함된 이회창 후보 측근들이 중국에서 북한 관리를 만나 대선을 맞아 휴전선에서 위장 총격 도발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검찰이 선거 직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소식이었다. 명색이 적이라면서 그 적과 은밀히 손을 잡고 상부상조한다는 만화 같은 일이 실제로 있다는 얘기였으니까. 남한 선거 전에 발생하는 북한의 돌발행동을 의미하는 북풍의 일종인 이른바 총풍(銃風)사건이다.

하기야 그전부터 왜 북한이 남한에 선거가 닥치면 도발을 해오는지, 즉 왜 북풍이 불어오는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던 차였다. 이를테면 87년 대선 전에 발생한 KAL기 폭파사건이라든지 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4·11총선)를 앞두고 4월 4일 북한이 느닷없이 비무장지대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중무장한 병력을 배치했다가 선거가 끝난 뒤 원상태로 돌아간 사건 따위가 그 예다. 이럴 경우 남한 국민은 북한의 위협을 절실히 느끼고 안보 희구세력으로 결집하게 마련이다. 북풍의 효과다.

그러나 이런 효과도 국민들이 북풍의 실체를 몰랐을 때나 가능했지, 총풍 등으로 인해 북풍 일부가 정치공작임이 드러난 이후에는 그것이 정치공작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별무효과이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내게 됐다.

예컨대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피격사건이 터졌지만 결과는 전쟁의 공포를 내세우며 역공을 편 야당이 승리했다. 또 그에 앞서 2007년 대선 때는 10·4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대북 원칙론을 내세운 이명박 후보가 압승했다.

이처럼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선거철만 다가오면 여전히 북풍 논란은 가실 줄 모른다. 이번 대통령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북한 어선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빈번하게 침범하고 북한 해안포의 포문이 열리는 장면까지 목격되면서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통해 북한 어선을 퇴거시킨 것을 두고 북풍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북풍이다 아니다 논쟁이 뜨겁거니와 발단은 전국언론노조 기관지이면서도 친북 좌파 성향이 두드러진 미디어오늘이었다.

미디어오늘은 기명 칼럼에서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두고 ‘대선 때까지 남북 당국 간 교섭은 완전히 막히면서 남북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른 표현으로 하면 북풍의 재현 가능성을 우려할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오늘날 유권자들은 너무 현명해서 정치권의 안보를 구실로 한 정치공작에는 초연’하다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이 초연한데 웬 북풍 걱정이냐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지만 일단 그냥 넘어가자.

문제는 북한이 이와 흡사하게 북풍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 군의 북한 어선 NLL 침범 대응을 들먹이며 ‘그것은 지난 연평도 포격전에서 당한 참패와 수치를 만회하며, ‘안보’ 문제를 부각시켜 민주개혁세력에게 쏠리는 민심을 차단하고 괴뢰대통령 선거 정세를 보수패당의 재집권에 유리하게 몰아가보려는 단말마적 발악’이라며 현 정권이 ‘북풍공작을 일으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보면 북한의 심상찮은 서해상 움직임은 어떻게든 남한 대선에 영향을 끼쳐보려는, 구체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되는 후보를 당선시켜보려는 술책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NLL 무력화 기도다, 내부 권력다툼의 외부적 돌파구 찾기다 라는 등의 분석도 있지만. 북풍이 보수 결집 효과를 내던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북한의 계산에 의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국민은 이 같은 북한의 간교한 술책은 물론 남한의 일부 정파가 꾸밀지도 모르는 북풍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북풍에 초연했던 최근 선거 판세를 보노라면 공연한 기우일 수도 있겠으나 북풍은 이제 씁쓸한 추억으로만 남겨야 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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