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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염성덕] 다문화 가정은 融和 대상이다

[여의춘추-염성덕] 다문화 가정은 融和 대상이다 기사의 사진

“단일민족 고집 말고 다문화 사회인 현실을 고려해 민족 가치관 새로 정립할 때”

언젠가부터 추석 연휴에 다문화 가족(결혼이민자+배우자+자녀)이 출연하는 TV 프로들이 선보였다. 방영 빈도도 잦아지고 내용도 다양해졌다. 방송사 편성표에 따르면 올 추석에도 예외는 아니다. 다문화 가족이 증가한 데 따른 당연한 현상이다.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2008년 34만명에서 지난해 55만명으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1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혼이민자의 증가는 다문화 가정 학생 수 증가로 이어진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학생은 지난해보다 8276명(21%) 증가한 4만6954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외국인학교 학생과 학교를 등진 청소년까지 포함하면 다문화 가정 자녀 수는 5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결혼이민자가 늘면서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출산 기조를 감안할 때 전체 학생 중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급속도로 높아질 것이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양계민 연구위원 등이 전국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교 4학년 1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3.4%에 달했다. ‘외국인이기도 하고 한국인이기도 하다’는 의견은 21.5%였고, ‘외국인’이라고 답한 학생은 3%에 불과했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10명 중 7명꼴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 초·중·고생이 급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체성 혼란을 빚는 아동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차별, 높은 빈곤가구 비율, 열악한 교육 여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문화 공존’에 대한 찬성 비율이 유럽 18개국은 74%인 반면 우리나라는 36%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은 필리핀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혈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선진국에서 경험한 것처럼 다문화 인구가 10%를 넘어서면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원 미만이 59.7%를 차지한다. 결혼이민자의 취업 형태가 단순노무직 등 미숙련 직종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교육 여건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들의 진학률은 초등학교 60%, 중학교 40%, 고교 30% 수준으로 매우 낮다. 학력 차이는 신분 차이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을 전담하는 코디네이터와 기초학력을 지도하는 예비학교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단일민족을 고집하지 말고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현실을 고려해 민족과 국민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다문화·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은 사회의 다양성과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글로벌·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려서는 안 되는 사회병리 현상”이라고 말한 것은 옳은 지적이다. 다문화 현상은 세계화 시대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예산과 지원정책이 최대의 효과를 내도록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관련 예산도 증액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가정 학생의 37%가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왕따 방지대책과 사후 조치도 보완해야 한다. 피부색과 외모는 다르지만 다문화 가정 학생들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을 괴롭히면 내 아이의 인성도 황폐해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다문화 가정 구성원은 동화(同化) 대상이 아니라 융화(融和) 대상이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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