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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김무정] 교회의 虛數

[삶의 향기-김무정] 교회의 虛數 기사의 사진

초등학교 시절, 골머리를 앓게 했던 산수는 숫자가 하나만 틀려도 여지없이 빨간색 연필이 대각선으로 그어졌다. 어떤 근사치도 용납되지 않았다. 셈은 정확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교계와 교회에서 사용하는 셈법이 다소 달라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하루에도 교계의 수많은 행사가 열린다. 그것을 보도하는 기자 입장에서 참석자수는 행사 규모를 독자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정보다. 그런데 기자가 확인한 참석자수를 비교적 정확히 쓰게 되면 거의 항의전화를 받는다. 왜 숫자를 적게 했느냐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숫자는 넉넉하게 적어야 무리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보통 일반 행사가 ‘경찰 추산’과 ‘주최측 추산’으로 갈리는 것처럼 교계 행사도 예외가 아니다. 행사 참석인원이 많았다고 알리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것은 결국 독자를 속이는 것이자 주최 측의 욕심이 될 수 있다.

재적·출석 성도의 차이

교회 성도수를 나타내는 ‘교세’ 부문에서도 셈법은 정확하지 않다. 목회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꼽으라면 아마 1위가 “담임하시는 교회 성도 수가 몇 명이신가요”일 것이다. 그런데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그 수를 말하는 것에 곤혹스러워 한다. 교회 재적 성도수를 말할지 출석 성도수를 말할지 머뭇거려야 하기 때문이다.

재적 성도수는 ‘교회에 등록된 성도수’를, 출석 성도수는 ‘주일날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숫자’를 말한다. 보통 재적 성도가 출석 성도의 3배 정도 된다. 즉 재적이 3000명이면 출석이 1000명 정도로 집계되곤 한다. 그런데 대외적으론 보통 재적 성도수를 교세로 내세우기에 초신자나 일반인들은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의아해한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 교회를 나오지 않았다면 재적 성도에서 빼야 한다. 또 교회에 나오지 않는 성도의 가족들도 교적에 올려 성도수에 포함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 교회가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정확해야 당당해질 수 있다. 목회자들도 성도수를 묻는 질문에 “재적수는 몇 명인데 주일 출석은 몇 명”이라고 정확히 답변해 주면 좋을 것 같다.

數의 과대 포장 삼가야

한국교회는 전체 인구 중 기독교인이 1200만명이라고 자랑스러워 한지 십수년이 넘었다. 그러나 2005년 통계청이 전국 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조사한 집계에 의하면 개신교인은 862만명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크리스천 숫자와 큰 차이를 보인다. 나머지 크리스천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런 점에서 지난 9월 총회에서 예장 통합 교단이 처음으로 ‘성도 감소’를 선언하고 현재 성도수를 정확히 발표한 것은 참으로 의미가 크다. 많은 교단들이 그동안 성도가 늘어난 부분만 바라보고 줄어든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년 늘었다고 보고했다.

‘정직’은 성경이 가르치는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다. 그러므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사실을 애써 숨기려 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수(數)의 사전적 정의는 ‘셀 수 있는 사물을 세어서 나타낸 값’이다. 그런데 이 ‘수’의 개념을 비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하기에 무리수가 따른다. 그래서 자꾸만 수를 ‘과대 포장’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교회의 허수(虛數), 이제 이 불필요한 거품을 걷어내야 할 때가 됐다.

김무정 종교부장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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