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39) 영광과 허망함의 이중주 기사의 사진

‘천일의 앤’과 헨리 8세의 결혼을 위해 영국이 로마 교황청과 분쟁을 벌이던 당시, 런던에 파견된 프랑스 외교관 장 드 뎅트빌은 자신과 친구 사제의 초상화를 홀바인에게 주문한다. 신체 크기의 대형 초상화 안에 두 주인공은 2단 탁자의 양 옆에 배치되어 있다. 탁자 상단에는 천구의, 휴대용 해시계, 원통형 달력, 토르케쿰(시간과 천문 측정기구), 10면 각시계 등, 하늘을 파악하고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아는 데 필요한 과학기기와 수학책이 놓여 있다. 달력은 1533년 4월 11일로 맞춰져 있다.

옆에 있는 수학책은 당시 상거래를 위한 필독서다. 하단에는 지구의와 컴퍼스, 류트, 피리, 찬송가집 등이 놓여 있다. 이 과학적 기기들은 더 넓은 곳에서 더 큰 상거래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가 간 갈등과 경쟁에 처한 시대상황을 암시한다. 그러나 영광스러운 성공에 빛나는 두 사람 발치에 모호한 무엇인가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인간의 해골이다.

이미지를 변형시켜 첫눈에는 알아보지 못하지만 어느 한 시점에서 보면 그 형체를 드러내는 아나모포시스(왜상·歪像) 기법으로 그려진 것이다. 뭔가 알 수 없는 물체가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다시 뒤돌아보면 그제야 해골이 확실히 모습을 드러낸다. 죽음과 같은 허망함은 보지 못했을 뿐 언제나 거기 함께 있는 것임을.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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