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부산 자부심 기사의 사진

“초박빙으로 전개되는 대선에서 PK의 선택이 정국을 주도할 것이라는 자부심”

지금 부산에서는 두 가지의 자부심이 출렁이고 있다. 하나는 지난 5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자부심이고, 다른 하나는 올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부산이 선택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부산역할론이다.

부산영화제는 자부심을 가질만한 문화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개막식이 열리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등 대선 후보들이 달려왔다. 그러나 부산영화제 측은 이들을 많고 많은 손님 중의 한 사람 이상으로 대접하지 않았다. 개막식장의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하는 동안 조명을 비춰주고 ‘○○당 ○○○후보가 입장한다’고 소개한 것이 전부다.

과거에도 대선이 있는 해에는 후보들이 달려왔고 ‘무대에 서게 해 달라’ ‘축하 인사를 하게 해 달라’는 청탁이 그치지 않았지만 부산영화제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할 부처 장관이 무대에 서게 해 달라는 압력성 청탁도 있었지만 예산 지원을 못 받을 각오를 하고 이를 거절한 적도 있다. 조직위원장인 부산시장의 환영사도 생색을 내거나 정치성이 가미된 언급은 일절 허락하지 않고 있다.

전국의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몰려드는 매력 만점의 행사에서 정치권과 분명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문화순수성을 지킨 축제는 단언컨대 우리나라에서 부산영화제 외에는 있지 않다. 영화제에 ‘정치성’이 개입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고집을 고수해 온 탓에 이제는 누구도 부산영화제의 무대를 넘보지 못한다. 이런 염결성이 신생 부산영화제를 단기간에 세계 영화 실력자들이 주목하는 영화제로 키웠다.

더 보탤 것이 있다. 시민들의 열성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다. 언제까지 자원봉사자들에 의존해 영화제를 운영할 것이냐는 비판이 상존하지만, 자원봉사자가 아니고는 이 대규모 행사를 꾸려갈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자원봉사는 오히려 이 영화제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자부심인 부산역할론은 초박빙의 이번 대선에서 부산이 최대 격전지로 떠올라 부산이 선택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입은 것이다. 4월 총선 당시와는 다른 부산·경남(PK)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PK를 홀대하면 대선 승리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명박 정부 내내 이어진 ‘PK 소외론’이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있다. PK 소외론은 경북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대구·경북(TK)을 더 챙겼고, 박 후보도 당선되면 TK를 더 챙길 것이라는 추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수도권과 충청권을 대선 승부처로 보고 이들 지역을 우대하는 사이에 PK는 제3, 제4지역으로 홀대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지역 유권자들은 부산 출신 야권 단일 후보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경남고 출신인 문재인 후보와 부산고 출신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면 과거와 같은 새누리당 몰표는 나올 수 없다는 여론이 대세다. 오히려 야권 단일 후보가 더 득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지난 총선 당시 태풍이 될 것이라고 요란했던 PK 야풍은 막상 총선 결과 찻잔 속의 바람으로 끝났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어쨌든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 부산 출신 야권 두 후보가 힘을 발휘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부산에 쏠리는 것은 사실이다. 부산 민심은 ‘부산갈매기’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적지 않은 기능을 담당했던 부산이 한동안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이제 부산 사직구장에서 날던 부산갈매기 효과가 대선 정국으로 이어져 정치를 이끌고 갈 때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두 가지 부산 자부심 중 전자는 국제적인 것이지만 후자는 지역성과 관련이 있다. 전자는 정치바람과의 거리두기에서 성공함으로써 형성된 것이고, 후자는 정치바람을 선도하고자 하는 의욕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정치를 어떻게 활용해야 바람직한 것인가. 부산이 그 답을 보여줄 날이 다가오고 있다.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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