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김혜림] 아줌만 강남스타일? 기사의 사진

‘뭐야 시끄럽기만 하고!’ ‘그저 오두방정을 떠는군!’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헬스클럽에서 노래만 들었을 때는 음악성이 별로인 것 같았고, TV에서 춤까지 봤을 때는 더욱 마뜩잖았다.

며칠 전 중학교 동창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얘기를 털어놨더니만 “무슨 기자가 그렇게 감(感)이 없느냐”고 타박이었다. ‘기자라면 뭐든 알고 있을 것’이라는 친구들의 선입관. 그 앞에서 그냥 무너지기 싫어 “‘옵옵옵옵옵 오빤 강남스타일’에 대해선 ‘완전’ 헛다리 짚었지만 ‘아줌마의 강남스타일’에 대해선 좀 안다”고 큰소리 쳤다. “고뤠!!! 그게 뭔데?”

패션을 맡고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은 국내 패션 디자이너 숍과 해외 수입 브랜드가 즐비한 청담동에 간다. 그 거리에서 보는 여성들의 얼굴은 해맑다. 도자기처럼 매끈한 데다 ‘윤광’ ‘물광’ ‘꿀광’ 등등 광채가 난다.

나이가 꽤 있음직한 여인네들 얼굴에서도 잡티와 기미, 주름살 찾기가 쉽지 않다. 색조 화장도 진하지 않다. 눈썹도 자연스럽고 입술은 딸기우윳빛으로 윤기가 흐른다. 옷차림도 심플하지만 세련미가 넘친다. 자세히 보면 흔히 말하는 ‘명품’이지만 구태여 티를 내지 않는다. 특히 가방이 그렇다.

여유 있는 걸음으로 쇼윈도를 훑는 그들을 구경하며 집으로 가기 위해 압구정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곤 한다. 이 3호선이 재미있다.

서울의 강남·북을 가로지른다. 오금동을 출발해 ‘강남 8학군’의 핵심 지역 대치동을 지나 ‘패션의 중심’ 압구정동을 거쳐 강북에 있지만 생활권은 강남인 금호동, 서울 한복판인 충무로·을지로3가·종로3가를 경유해 강북의 끝자락 불광동·구파발을 넘어 일산 신도시까지 간다.

스마트폰이 아니어서 TV를 보거나 ‘애니팡’을 할 수도 없고, 꼬박꼬박 조는 건 노인네 같아서 눈을 부릅뜨고 앉아 있다. 그렇게 불광역까지 가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을 슬금슬금 곁눈질하게 된다.

‘그것 참! 사람들 제각각으로 생겼다’ ‘어떻게 저런 옷을 입었을까’ 하다가 ‘어’ 하는 순간이 있었다. 좀 전까지 봐왔던 세련된 아줌마들은 금호역을 지나면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문득 알아챘다.

그럼 남은 아줌마들은? 투웨이케이크나 분을 두텁게 발라 탁한 피부, 그럼에도 드문드문 드러나는 잡티와 기미, 그리고 주름살…. 색이 바라기 시작한 눈썹 문신은 기본. 또 옷 좀 갖춰 입었다 싶으면 3초마다 눈에 띈다는 ‘루이○○’ ‘3초백’보다 더 많아진 ‘코○백’을 들고 있다. ‘나도 이 백 들었어’라고 광고하듯 백 전체에 로고가 들어 있다.

옷차림이나 화장은 개인 취향이니 지역별 차이가 뚜렷할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강남·북을 몇 년째 오가다보니 양쪽 아줌마들의 패션과 화장에는 차이가 분명 존재했다. 아마도 그 차이는 감각보다는 주머니의 부피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옷치레와 피부 관리에 투자할 만큼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

그날 그 자리에는 강남·북 아줌마가 고루 있었다. 기자의 얘기에 ‘강북 아줌마’들은 발끈했지만, ‘강남 아줌마’들은 ‘호호’ 웃었다. 강남 아줌마들, 역시 여유 있다. 노후에 집만 처분해도 살 만하다는 그들. 결혼하고 처음 터를 잡은 곳에 20여년씩 살고 있어 부동산 투기는 모르는 친구들인데…. 무엇이 강남·북 아줌마들을 갈라놓은 걸까?

김혜림 산업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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