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건축-‘종묘’] 절제와 엄정 기사의 사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광해’의 첫 장면에 눈 덮인 궁궐이 나온다. 그러나 이곳은 궁궐이 아니라 종묘다. 광해군이 즉위한 곳은 덕수궁, 쫓겨난 곳은 창덕궁이고 욕 먹어가며 지은 경희궁에는 입주하지 못했다. 폐위된 왕이었으니 종묘에는 그의 명찰조차 없다. 종묘(宗廟)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 무덤이 아니라 사당이다. 이성계가 왕위에 오른 지 3년 뒤에 지었으나 임진왜란 때 왜장이 불을 질렀고, 병자호란 때 훼손된 것을 복구해 오늘에 이른다.

종묘 정문에 들어서면 광활한 월대와 길게 누운 정전이 보는 이의 시야를 압도한다. 장식 없는 붉은 기둥이 도열한 모습은 절제미와 엄정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세계적 건축가 프랑크 게리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꼽으면서 “조각 같다”고 표현했다. 유네스코는 종묘의 건축물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종묘제례와 제례악을 무형유산으로 등록해 위대한 공간을 예우했다. 다만 종묘와 더불어 왕조의 양대 정신적 지주였던 사직의 위상은 형편없어 대조를 이룬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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