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 내 영혼의 책갈피] (15) 거짓 신들의 세상 기사의 사진

거짓 신들의 세상(티머시 켈러, 이미정 옮김, 베가북스)

“우리는 역사상 최고의 시간과 최악의 시간을 함께 살고 있다.”

이름난 기독서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스 모어의 말이다. 인류를 시달리게 한 오랜 궁핍과 가난도 상당부분 완화되고, 선교에의 핍박 또한 옛날 같지는 않은 데다 온갖 문명의 넘치는 혜택과 편의 속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디모데후서’에 나오는 언급처럼 “돈을 사랑하며 뽐내고 교만하며, 하나님을 모독하고 부모에게 불순종하며 절제 없고 난폭하며 그리고 하나님보다 쾌락을 더 사랑하는” 종말적 징후의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엔가 ‘빠지고’ ‘사로잡힌’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두운 영과 유혹하는 역사의 영이 전대미문으로 증폭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로마 폭압에 버금가는 최악의 시대, 위험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제2의 C S 루이스라 불리는 저자 티머시 켈러 역시 바로 그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범람하는 우상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우상의 실체는 이것이다. 그러니 근신하고 깨어 있지 않으면 먹히고 만다. 이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그는 디모데후서에 나오는 ‘종말의 영적 징후들’을 시대의 프리즘 앞에서 구체적으로 조명하면서 아예 현대사회를 우상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라고까지 언급한다.

그 점에서 오늘의 우상숭배는 신상 앞에 무릎을 꿇고 섬겼던 옛날의 그것에 못지않으며 종류 역시 훨씬 더 다양하고 가공하다고 보고 있다.

오늘날의 많은 젊은 여성들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신상 앞에서 옛날처럼 무릎을 꿇는 것은 아니지만,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바람에 우울증과 섭식장애로 고통 받는다. 또한 풍요의 여신 아르테미스 신상 앞에서 향을 피우는 일은 없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부와 특권을 쟁취하기 위해 가족공동체까지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을 실례로 든다.

이 책은 출애굽기 20장 3절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들을 섬기지 말라”고 했던 하나님의 계명을 주목한다. 그러면서 오늘의 ‘다른 신’으로서의 우상에 대한 정체성을 열거한다. 우상이란 말할 것도 없이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고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마음과 공상의 세계를 하나님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며 자기 인생의 중심이자 핵심이 되어 그것이 없으면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게 하는 짝퉁 하나님”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열정과 에너지, 감정과 시간과 재산의 대부분을 쏟아붓게 하는” 그 ‘우상목록’에는 “가족과 자녀, 돈, 사회적 지위, 이성과 쾌락, 성취감과 세상의 갈채, 정치적 이념,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 아름다운 외모나 우월한 지능, 심지어 성공적인 기독교 선교”까지 들어 있다.

이 각종 우상들은 각 사람의 “탐심과 죄성, 그리고 사악한 본능”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은 넘어뜨리고 만다는 것인데 그 우상들은 하나같이 그것을 확보하기만 하면 삶의 안정과 평화와 행복이 보장될 것이라는 거짓 약속의 미끼를 던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각각의 사람이 사로잡혀 있는 그 우상의 실체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저자는 그것이 “사람의 상상을 사로잡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백일몽을 들여다보면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허다한 시간을 어떤 상상에 빠져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앞에 결국 무릎 꿇거나 절해선 안 될 우상의 모습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우상의 모습 중에 가장 막강한 것의 하나로 돈과 소유의 우상을 꼽는다. 늘 “더 많이”를 갈망하게 하고 목마르게 하는 돈은 이 시대에 그 원래의 목적 이상이 되어 신의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다.

덧없이 사라지는 만족감에 끊임없이 집착하게 하는 “성공에의 유혹” 역시 우상의 한 모습으로 나온다.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교만한 환상 역시 우상의 또다른 모습이다

저자는 끝으로 우리 마음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갖가지 짝퉁 하나님을 몰아낼 수 있는 방법으로 골로새서의 ‘위에 있는 것들을 추구하는’ 삶을 제시한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무엇이나 존재가 마음중심에 들어와 섬김을 받고 있다면 소스라쳐 놀라며 참된 신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돌아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상을 몰아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사실은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설하는 것이다. 우상 앞에 절하지 말라는 하나님께서 주신 계명에 대해 터무니없이 자신만만했던 현대인들에게 분명하고 적나라하게 제시된 우상의 존재들에 대해 인식하게 한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할 것 같다.

(서울대 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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