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후보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자 기사의 사진

“대통령 혼자 국정 이끌 수는 없어… 주변 인재들의 면면 따져보고 선택해야”

중국 한(漢)나라의 고조가 여태후의 소생인 태자를 폐하고 척 부인이 낳은 조왕 여의(如意)를 세우려고 했다. 누군가 유후(留侯: 장량)에게 계책을 물으라고 말했다. 유후는 상산사호(常山四皓)를 초빙해 와서 태자를 돕게 하면 황제의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여후가 공을 들여 이들을 모셔왔다. 어느 날 연회에서 황제는 네 사람의 은자, 그러니까 동원공 하황공 녹리선생 기리계 등이 태자를 따르고 있는 것을 봤다. 과거에 자기가 불러도 오지 않던 그 덕망 높은 선비들이 태자를 돕는 것을 보고, 황제는 척 부인에게 “저 네 사람이 보좌하여 태자의 우익이 이미 이뤄졌으니 그 지위를 어떻게 할 수가 없소. 여후는 진정으로 그대의 주인이오”라고 했다(사기 유후세가).

대한민국 인구가 5000만 명이다. 고조 당시 한 제국의 인구도 아마 이에 못 미쳤을 것이다. 인구수로 세계 25위라는데 이만하면 대국이다. 경제적 정치적 위상은 훨씬 더 높아져 있다. 이 큰 나라를 5년간 책임지고 경영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65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그리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중이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잦기는 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선거전 분위기가 아주 밝고 맑다.

물론 아직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에 들어서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세 사람의 후보들의 역할이 크다. 공히 도덕성을 중시하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모진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표현에도 각별히 마음을 쓰는 빛이 역력하다. 이들을 보면, “아! 우리도 증오와 저주와 악담과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의 저질 선거전 시대를 벗어났구나” 하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후보들을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 참모들, 그리고 선거운동기구와 그 멤버들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선거운동방법, 제시하는 정책, 경쟁의 자세, 각자의 인격 이런 것들이 우리 선거과정, 선거문화의 수준을 결정한다. 후보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중심으로 한 각 팀도 환골탈태해서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과 행태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유권자들의 책임이야 말할 것도 없이 후보들 가운데 가장 유능해 보이는 사람, 가장 훌륭해 보이는 사람을 잘 고르는 일이다. 당연히 후보를 먼저 봐야 하겠지만 그 후보를 누가, 어떤 조직이 돕고 있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혼자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정운영 시스템과 인재팀이 대통령직을 수행해 가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용인술이 강조되는 게 그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용인(用人)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과 참모 각료 여당 등은 상호작용의 관계다.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한다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통령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많다.

후보들에 관해서는 유권자들이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주시할 쪽은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인재군(群)이다. 그 후보를 돕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보면 당선 이후의 정부 모습과 정책방향에 대한 짐작이 가능하다. 그 후보의 뒤에 있는 정당, 그 정당을 이끄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보면 당선 이후 정치의 전개과정을 그려볼 수가 있다(안철수 후보와 관련해서는 정당 배경이 없는 대통령이 행정 및 정치리더로서 국정을 이끌어 가는 게 더 나을지, 더 못할지를 우선 따져봐야 할 것 같고…).

후보보다는 ‘후보의 팀’을 주목하자는 뜻이다. 이제까지 개인만을 보고 선택했던 결과는 국민들이 싫도록 지켜보고 겪어봤다. 덕망과 역량이 출중한 인재들의 보필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말 제대로 하는 소신 뚜렷한 인재들을 가까이 두는 것은 더 소망스럽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할 일이다. 역대 대통령 측근에 그런 인사들이 있었다면 그들의 임기 말이 그렇게 고단하지 않았을 것이고 국민도 그처럼 속 끓일 일이 없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jingon@kmib.co.kr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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