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건전재정포럼’ 강봉균 대표 “빚내서 복지하면 재정 파탄… 나라 곳간 지킬것” 기사의 사진

지난달 26일 지난달 26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올드 보이’들의 모임이 있었다. 대선을 앞두고 확산일로인 포퓰리즘에 맞서 재정 지킴이가 되겠다는 ‘건전재정포럼’의 창립식이었다. 강경식(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 진념(삼정KPMG 고문) 이헌재 전윤철(강원대 교수)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강봉균(군산대 석좌교수) 윤증현 재정경제부 및 기획재정부 장관,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거물급이었다. 염명배 한국재정학회장과 김동건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학자와 언론인도 보였다. 포럼 대표인 강봉균 전 장관을 15일 은행회관 6층 사무실에서 만나 포럼의 활동 방향 등을 들어봤다. 선거철에 쓴소리를 하게 돼 정치권의 미움을 살 것 같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포럼은 누가 주도했나.

“국회의원 생활을 마감한 뒤 공직을 같이 했던 이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복지 과잉 공약을 걱정하다 자연스럽게 포럼을 만들어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평생 경제발전에 몸을 바쳤는데 나라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데 의견이 같았다. 예산과장을 하면서 국장으로 모셨던 강경식 전 부총리와 최종찬 전 건설장관(기획예산처 차관)이 특히 적극적이었다.”

-창립 목적은.

“복지란 얼마나 달콤한 얘기인가. 하지만 많은 돈이 필요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이 제대로 모른다. 대학생 중 70∼80%는 학교에서 재정을 배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식인이면서도 반값 등록금에 반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비판의식이 부족하다. 나라살림을 해본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선택을 하더라도 정책의 양면성을 알면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산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 초당파적으로 만나 평생을 바쳤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다. 포럼 이름을 ‘나라 곳간 지킴이’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참여 인사는.

“김영삼(YS) 정권 때 강경식, 김대중(DJ) 정부 때 이규성 이헌재 진념 전윤철, 노무현 정부 때 권오규, 현 정부 윤증현 장관 등 장관 차관이 반반씩 43명이다. 이후 자발적 참여의사를 밝힌 이들까지 합쳐 전체 발기인은 110명이다. 과학적 분석은 재정학회 회장단과 중진 학자 50여명이 맡는다.”

-모피아 출신들로 구성돼 이익단체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재무부가 아니라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출신이 많다.”

-경제관료 출신이라 하더라도 지향점이 다르고, 복무한 정권도 다른데 조율에 문제가 없겠는가.

“재정에 관한한 절대 그렇지 않다. 그때그때 정권의 과제와 시책에 대한 생각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국가가 빚져서 복지 확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공통적이다.”

-활동 계획은.

“10월 하순 국가부채의 잠재적 불안 요인이 되는 공기업 지방정부 사회보험의 부채 구조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11월 초순에는 양대 정당의 4·11 총선 당시 공약이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후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 등을 검증하고, 후보 초청 토론회도 연다. 대선 후에도 계속 활동할 계획이다.”

-대선 공약 검증은 어떻게 하나.

“각 후보 진영이 공약의 신뢰성을 위해 필요한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을 공개할 것이다. 이미 재정학 분야 교수나 연구기관에서 복지공약을 분석한 자료가 매우 많다. 이를 수집 분석 중이다. 4·11 총선 때 새누리·민주통합당 복지공약에 대한 분석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대선 공약의 바뀐 부분만 비교하면 된다.”

-대선 후보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공약이 돈이 들더라도 꼭 실현해야 할 시대적 당위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최근 영·유아 무상보육을 놓고 정치권과 정부 사이 충돌이 있었다. 보육 지원은 소득이 높더라도 해줘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예산이기 때문에 아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잘못한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경우도 일자리 창출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복지 정책도 국가가 빚을 내서까지 확대해서는 안 된다. 복지 프로그램은 한 번 시작하면 축소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경직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빚으로 시작하면 계속 빚을 지게 된다.”

-대선 후보들 공약을 평가한다면.

“공통적으로 세계적 경제위기와 저성장에 대한 인식이나 대비책이 부족하다. 복지에 치우쳐 있다. 재원 조달을 위한 증세 규모가 미미해 대부분 국가부채를 늘리게 될 것이다. 특히 무상의료 같은 것은 수익자 부담을 줄이게 돼 의료수요를 팽창시키게 된다. 이런 부작용을 각오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 같은 경우 약속을 지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더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방위비 부담이 크고, 남북 화해와 공동발전을 위한 재정 소요도 예상된다. 지정학적으로 일본 중국 사이에 끼어있어 우리끼리만 오순도순 살 순 없다. 중국보다 더 경쟁력 있어야 하고, 일본에 계속 뒤져 있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복지보다 경제의 효율성과 국가 경쟁력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

-경제민주화는 공통 공약인데.

“핵심은 재벌 등 경제적 강자들이 중소기업 자영업자 같은 약자들 위에 부당하게 군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들이 재벌들에게 억울하게 취급당하는 불공정성을 시정하지 않으면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려 하기보다 중소기업에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도 해법이다.”

-차기 대통령의 경제 과제는.

“앞으로 5년은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가 길게는 4∼5년까지 갈 것이고 우리는 3%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생존을 위한 위기 대응책이 필요하다. 성장 동력을 보강하기 위해 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 기술 개발 등에 대한 투자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수 늘리기에 한계가 있고 실업자와 자영업 지원을 위한 예산이 늘어나게 된다. 고령화에 따른 지원도 필요하다. 4대강 사업 등으로 LH나 수자원공사 같은 공기업이 부채를 떠안았는데 결국 국가가 갚아야 할 것이다. 국가부채 비율이 좋아 빚을 더 져도 되지 않느냐는 사람들이 은연중에 있다. 하지만 개인이나 국가나 똑같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 빚 갚기 위한 빚이 늘어난다. 재정 파탄이 남의 일이 아니다. 불과 5∼6년이면 파탄날 수 있다. 그리스도 2007년부터 그런 현상이 생겼다. 따라서 재벌개혁과 복지 2가지는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청년실업이 문제인데 재벌의 투자를 누르면 안 된다. 저성장 기조에 들어가면 인위적 경기부양이 안 먹힌다. 각 부문 비능률을 뜯어고치는 게 필요하다.”

-역대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각료로 모셨던 YS의 경우 세계화 정책은 비전 있는 정책이었다. 다만 추진전략에는 구멍이 있었고 재벌 개혁도 적극 추진하지 않았다. DJ는 외환위기 극복과 구조조정을 했고 금융 및 재벌개혁이란 힘든 일을 했다. 생산적 복지를 도입했다. 공무원 봉급을 동결하고 그 돈으로 실업자 공공근로를 한 것은 획기적이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제로베이스 예산제를 도입했다. 당시 국방비까지 동결했는데 반발이 극심했지만 관철했다.”

-정치는 그만뒀는데 회한은 없는가.

“타의로 국회에 들어가 3선까지 한 것은 정치투쟁의 패턴을 바꾸고 정책경쟁의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였지만 뜻을 못 이뤘다.”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경제 사령탑으로 뛰고 싶나.

“다시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제 후배들이 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 때 장관 제의를 받았지만 또 시키느냐고 고사했다.”

강봉균 대표는

△1943년 전북 군산 △군산사범학교 △서울대 상대 △윌리엄스대 대학원 석사 △한양대 대학원 경제학박사 △행시 6회 △노동부·경제기획원 차관 △행정조정실장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경제수석 △재정경제부 장관 △KDI 원장 △16 17 18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만난사람=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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