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허정옥] 도박중독은 원인 제공자가 해결해야 기사의 사진

“사행사업은 필요악이므로 확고한 원칙 아래 관리감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대한민국을 일컫는 오명(汚名) 중에는 자살, 교통사고, 음주, 흡연 세계 1위에 덧붙여 ‘도박공화국’이란 이름이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 입장에서 보면 앞의 부끄러운 세계 1위를 모두 종합한 게 도박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불법도박 운영자 검거 소식, 계속 증가하는 사행산업 매출액 규모가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사행산업 매출액은 2011년 18조원으로 2001년의 9조원보다 2배나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도박중독 유병률(7.2%)이 외국의 2∼3배 수준이라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도박과 관련해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2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9년 기준 약 78조원(GDP의 7.3%)에 이른다. 이는 음주(20조원)나 흡연(3조원)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비용이다. 국가경제와 사행산업 자체로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또한 도박중독자 개인으로 보면 그 지출액이 1인당 2600만원에 달해 도박은 패가망신의 낭떠러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중독에 대한 예방·치유 예산은 2011년 기준 163억원으로, 세계 주요국 대비 10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도박중독의 원인자로 지목되는 사행사업자가 예방·치유를 병행함으로써 ‘병 주고 약 주는’ 모순을 낳고 있다. 게다가 실질적인 예방·치유보다 사행사업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화하는 데 상당액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 망국병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 사행사업자, 이용자 모두가 도박중독 예방 및 치유 문제에 뜻을 같이해서 한마음으로 협력해야 한다. 우선 국가는 사행산업에서 나오는 공공기금에 눈이 멀어 정작 국가의 책무인 관리·감독이나 도박중독 치유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인간의 사행심은 무조건 막을 수만은 없는 필요악이므로, 국가는 이에 대해 최소한의 공급원칙을 세워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사막 등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 도박장을 만든 선진국의 지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행사업자는 공기업의 경영 차원에서 실적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겠지만, 수익성보다는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용자와 직접 대면하는 기관이므로 베팅상한액, 매출액 한도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용자들이 막연한 기대를 갖지 않고 사회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용자는 ‘한방’이니 ‘인생역전’이니 하는 광고에 현혹되어 비이성적으로 게임에 몰입해서는 안 된다. 각종 조세·기금과 운영비로 베팅액의 30%에서 50%를 공제하는 현 제도 하에서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책임도박을 견지해야 한다.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은 우연히 따르는 막연한 행운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 놀음에 참여하는 빈도수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행히 지난 5월 23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이 개정·공포되어 사행사업자에게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이 부담금을 제대로 활용해 범국가적인 도박중독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인생역전을 꿈꾸는 서민들의 사행심도 높아져 간다. 여기에 부응해 카지노, 경마 등 사행산업을 일으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진다. 지방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경마장을 마구 유치하려는 것이 단적인 방증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국가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확고한 원칙을 세워 사행산업을 제대로 관리 감독해야 할 것이다.

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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