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대선후보 단일화론의 착각 기사의 사진

“상대방을 몰아치면서 단일화 가능한가? 수싸움이 아니라 콘텐츠가 관건이다”

대통령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예상보다 어려워지는 것 같다. 어려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양보하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통합후보로 나서는 것을 암묵적인 전제로 깔아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논리는 보다 노골적이다. 이해찬 대표는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정당정치론을 펴고 있다. 문 후보는 민주당 입당론으로 안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빠져있고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안 후보가 박원순 후보에게 그랬듯 그냥 양보하기만 하면 된다는 듯한 논리가 엿보인다.

지난달 바로 이 지면에서 썼지만 이번 선거는 야권단일화 명분이 약하다. 선과 악, 민주와 반민주 같은 대립구도가 뚜렷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는 그런 것이 먹히지 않는다. 그리고 후보들이 모두 진지하다. 선거 판이 진지해지니까 꼼수들도 놀아나지 못한다.

민주당에서는 안 후보를 생짜배기로 여겨 참나무 밑에서 알밤을 주우려 해서는 곤란하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밀린 적은 거의 없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집권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 그대로 안 후보도 집권해서는 안 된다는 듯한 논리를 편다. 바람이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억지를 부리면 후보단일화는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몰라도 작년에 박원순 후보가 이렇게 약을 올리면서 후보 양보를 얻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남과 합치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과 상대의 힘의 크기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나의 힘이 작은데도 당신의 큰 힘을 달라는 것은 성사시키기 어려운 협상전략이다.

민주당은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면 작심하고 나온 안 후보가 대의명분에 따라 양보하게 할 만한 정치쇄신 프로그램과 감동받을 만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은 다 된 밥을 망친 지난 4·11총선 이후 유권자들이 ‘과연 달라졌구나’ 하고 공감할 만한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인 적이 있는가. 안 후보가 단일화에 대한 의중을 내비치고는 있지만 끝까지 가겠다는 의도 역시 거듭 확인하는 데에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한몫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야권단일화는 말싸움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하다. 누가 새 시대를 열 만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에 달린 것이고, 그것은 품격 곧 존경을 받을 만한 모습으로 드러나야 한다.

요즘 거의 모든 대학과 기업체에서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 1번으로 꼽는 사람이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이다. 초청하는 곳이 너무 많아 다 갈 수 없지만 최대한 시간을 낸다고 한다. 지난해 SK 와이번스에서 해고당하고 나서 “지금까지 12번 해고당했지만 13번째 섰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패자들을 키우겠다고 고양원더스를 맡아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노감독이다.

며칠 전 그에게 연락할 일이 있어 통화를 했다. 날이 추워지고 을씨년스럽게 밤이 오는 시간이었다. 통화 중 계속 퍽! 퍽! 하는 소리가 들려 뭔 소리냐고 물었더니 배팅 훈련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모든 프로구단이 훈련을 접은 그 시간에 프로구단에서 부름을 받지 못한 패자들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바람이 거세고 날도 저물었는데 아직도 훈련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남의 자식을 맡았으면 그들의 앞날을 책임져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국의 젊은이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1위의 인물이지만 그런 인기에 취해서 번쩍거리거나 딴데서 어정대지 않고, 궁벽지고 추운 곳에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대선 후보와 참모들, 특히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권력을 차지하려들기 이전에 정치 발전을 위해 어떤 희생과 열정을 바치고 있냐고. 그래서 자기만의 흘러넘치는 스토리텔링과 보는 이들의 가슴을 흔드는 감동이 있냐고.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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