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41) 대각선 때문에 깨진 우정 기사의 사진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네덜란드의 젊은 화가 조각가 건축가들이 모여 그룹 ‘데 스틸(더 스타일)’을 결성한다. 이들은 예술은 눈에 보이는 세계 질서의 근간을 담아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가졌다. 작품에서 자연적인 형태를 완전히 배제, 원색과 기하 형태만을 사용하여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조형언어를 구가하려 했고, 이를 ‘신조형주의’라 명명하였다. 이 그룹의 대표적인 작가인 몬드리안과 반 두스뷔르흐는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과 흰색과 검정, 그리고 수직선과 수평선만으로 자연과 우주를 지배하는 정신적 에너지를 담은 순수 추상의 세계를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나 1919년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증명되면서 두스뷔르흐의 생각은 크게 달라졌다. 인간의 이성과 과학이 오류나 모순 따위가 없는 절대적인 진리에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게 됐고, 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자각이 싹텄다. 두스뷔르흐는 상대성이론 이후 사람들이 세상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각하게 된 만큼 이제 미술과 건축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직·수평선만으로 제한했던 신조형주의의 원칙을 깨고 움직임을 의미하는 대각선을 그림에 도입하고, 불확정하고 무한한 시공간의 우주를 표현했다. 이로 인해 몬드리안은 데 스틸 그룹을 탈퇴하고 두 친구는 결별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1924년의 일이다.

김정화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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