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대북전단 살포 제지 옳은가 기사의 사진

“북한의 군사적 협박이 현실화될 가능성 있다 해도 비굴해져서는 안 된다”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행사가 당국의 제지로 무산됐다. 민간인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정부의 제지로 원천 봉쇄된 것은 처음이다. 물론 북한의 군사적 위협 때문이다. 전단 살포 예정 지역인 임진각 주변 주민들의 반대 시위로 인한 충돌 방지 등 ‘질서유지’가 명목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북한의 포격 위협 탓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안의 본질은 북한이 을러대는 종주먹에 남한 정부가 굴복한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정부는 앞서 북한의 포격 위협에 맞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 정승조 합참의장이 도발 원점 및 배후 지원세력까지 타격하겠다고 호언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으나 결국 북한의 협박에 ‘꼬리를 만’ 셈이다.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더구나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 나온 북한의 대남 군사 협박 아닌가. 새 북한 정권에서도 무력 위협만 하면 쩔쩔매면서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순종하는 전례가 만들어진 셈이니 이래서야 앞으로도 김정은 정권이 툭하면 대남 무력 협박을 해 오지나 않을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햇볕정책을 주장하는 친북정부들을 거치면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거나 ‘그러면 전쟁하자는 말이냐’며 북한의 온갖 패악질에도 오로지 쥐죽은 듯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친북 좌파식 논리와 주장이 판쳐 온 게 현실이다. ‘인도적’이라는 모자를 씌워 북한에 갖다 바칠 것은 다 갖다 바치면서 허구한 날 욕먹고 협박 받는 이 황당한 노릇을 언제까지 감당해야 하는가.

그러나 전반적인 사회 여론은 대체로 정부의 처사가 타당하며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자제됐어야 한다는 쪽이다. 일체의 정보가 차단된 북한 주민들에게 사실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대북 전단 살포 자체는 반대할 여지가 없다 해도 그 시점과 방법이 잘못됐다는 게 그 근거다.

즉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닥친 민감한 시점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다거나 이른바 북풍 논란이 이는 것은 정국 흐름을 왜곡시킬 수 있으므로 전혀 바람직하지 않고, 비공개리에 은밀히 전단을 살포할 수도 있는데 떠들썩하게 공개행사로 추진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전단 살포로 군사적 대치가 심해질 경우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는 역효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 주민들에게 세습독재 정권의 허구와 외부세계의 실상 등 사실을 알려 북한을 변화시키자는 게 대북 전단의 목적인데 북한이 변화되기는커녕 남북 간 군사적 긴장만 고조된다면 살포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얘기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거기에는 남북한 간의 평화가 정상적인 상태이고 전쟁이 비정상적인 상태라는 전제가 깔려 있으나 실상은 그 반대라는 점이다. 북한이 전단 살포에 포격으로 맞서겠다는 등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면서 ‘극악한 심리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는 자명하다.

아울러 베트남과 예멘 등 유혈충돌한 분단국가 치고 전쟁을 거치지 않고 재통일을 이룩한 나라는 없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전쟁을 하지 않고 재통일한 독일은 동서독 간 유혈충돌 사태가 없었다. 이 명백한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북한의 군사적 협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보면 이때 북한에 비겁하거나 비굴하게 대처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에 비추어 대북 전단 살포는 때와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살포함으로써 북한에 선거 개입 빌미를 줄까 우려할 필요가 없다. 또 탈북자 단체들 주장대로 ‘상징적 효과’를 위해 때로 공개 살포하는 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피해 입을지도 모를 우리 측 주민들의 걱정을 먼저 불식시키고 안심시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주체가 민간단체일 경우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정부가 비겁하게 꼬리를 마는 추태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