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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김의구] 새누리-선진당 합당 이후

[여의춘추-김의구] 새누리-선진당 합당 이후 기사의 사진

“국민 통합의 빛 바래지 않으려면 인위적 정치통합의 후유증 철저하게 관리해야”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대세론을 형성하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패배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었다. 직전 대선에서 불거졌던 두 아들의 병역 문제가 여전히 악재로 작용했고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세론에 안주한 선거캠프의 느슨한 분위기도 원인이었다. 100가지가 넘는 패인 가운데 하나라도 현실화되지 않았다면 승패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한 가지 주요 패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김종필(JP) 전 총리가 맹주였던 자유민주연합을 끌어안지 못했던 점이다. 이 후보와 JP는 대선을 1년6개월가량 남겨둔 2000년 7월 은화삼 골프장에서 만났다. 폭우가 몰아쳐 점심만 함께 한 회동에서 JP는 지지의 대가로 국회법을 바꿔 의석수 17석이던 자민련을 국회 교섭단체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이 후보는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 내에는 부동의 1위인 이 후보가 무원칙한 정치 연합을 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골프장 회동 직후 한나라당은 “교섭단체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얼마 뒤 JP가 직접 나서 이 문제가 거론됐던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자 이 후보 측에서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해 양 진영은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자민련은 민주당이 의원을 꿔주어 교섭단체가 됐고, 대선에서 이 후보는 석패했다.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보면 이런 경험에 대한 학습이 철저한 듯하다. 당 대표로 있으면서 매년 5·18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호남과 척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세종시 수정안 사태 때 ‘신뢰의 정치’를 강조하며 원안을 고수하는 등 충청권에 특히 오래 공을 들였다. 이번 대선에는 국민 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다양한 정파의 인물들을 흡수하고 있다. 대세론이 아직 유효하던 당시에도 김대중(DJ)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씨를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까지 영입했다. 당내에서 잡음이 일고 캠프 부풀리기에만 골몰한다는 여론의 지탄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25일에는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이 공식 발표됐다.

선진당은 19대 총선에서 제4당으로 밀려난 ‘지는 정당’이다. 이회창 대표가 당을 떠났고, 세종시 문제도 일단락돼 득표력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난 총선 정당투표 득표율이 충북의 5.3%를 제외하고 대전 17.9%, 충남 20.4%, 세종시 22.6% 등 20%에 가까웠다. 충청권 정당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표심에 미칠 영향력도 작지 않다. 박 후보 캠프가 이런 점을 지나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에는 부담이 따른다. 이질적인 계파 사이 반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이를 조정하는 데 당력이 소진된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인위적으로 결합한 경우 한 쪽에는 정치적 소신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이익만 좇는다는 ‘철새 논란’이, 다른 쪽을 향해서는 이를 알면서도 표만 챙긴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선거 후에도 마찬가지다. 패배하면 책임 공방으로 시끄럽고 승리해도 공을 놓고 이전투구가 벌어진다. 1997년 대선 당시 DJ와 JP라는 두 정치 거물이 결합한 DJP연합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총리와 일부 장관의 추천권을 떼어줌으로써 인사를 놓고 잡음이 나왔고, 한쪽의 몽니로 국정운영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박 후보 캠프는 앞으로 통합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예의주시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대통합 공약의 빛이 바래 오히려 악재가 되고, 선거 후에도 내내 부담으로 남게 된다. 박 후보는 선진당 흡수로 이회창 후보의 패인 중 하나는 비켜갈 수 있게 됐지만, DJP연합의 후유증 부담을 안고 가게 됐다.

비단 박 후보 진영뿐 아니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논의도 마찬가지다. 선거철에 캠프를 찾아오겠다는 이를 막을 바보는 없겠지만, 이질적 정치집단의 통합에는 국민 앞에 떳떳하게 내놓을 명분과 논리가 있어야 한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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