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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정진영] 종교개혁과 한국 교회

[삶의 향기-정진영] 종교개혁과 한국 교회 기사의 사진

국민일보는 매주 수요일 오전 9시20분부터 ‘국민가족 수요예배’를 드린다. 국민일보를 비롯, 관계사 임직원 80∼90명이 이 시간이면 본사 11층의 작은 예배당에 모인다. 물론 강제하지 않는 자발적 동참이다. 이 예배는 기독교를 모태로 태어난 국민일보만의 정체성과 특장을 그대로 드러낸다. 30분 정도 이어지는 예배에서 설교는 다양한 교단의 목회자들이 맡는다. 보수적인 정통 신앙을 가진 목회자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때로는 진보적인 신앙고백을 해 온 분이 강단에 서기도 한다.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목회 현장에서 우러나온 살아 있는 말씀은 대체로 깊은 은혜와 감동을 준다.

원로 목회자의 ‘돈 봉투’ 참회

지난 24일 수요예배는 서울 성수동의 성락성결교회 박태희 원로목사가 설교를 했다. 저명한 부흥사이기도 한 박 목사는 일흔을 넘겼음에도 풍모는 단단했고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그는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기둥’이 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기둥의 속성처럼 ‘꼿꼿하고, 흔들리지 말고, 서로 연합해야 한다’는 것이 말씀의 골자였다.

지극히 평범한 내용임에도 내가 공감한 것은 박 목사가 기둥을 강조한 ‘이유’ 때문이다. 그는 현재의 한국 교회가 기둥이 되기는커녕 ‘돈 봉투’에 휘둘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교계 곳곳에 돈 봉투가 난무해 교회와 목회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기둥처럼 올곧은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교회가 주기철 길선주 손양원 목사의 신앙을 면면히 계승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누가 자신에게 돈 봉투를 건네면 “미안합니다”라며 상대방 앞에서 봉투를 찢는다고 했다.

사실 한국 교회에서의 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단장이나 연합기관장 선거 때면 돈 봉투 추문이 수시로 터져 한국 교회를 낭떠러지로 밀어 넣었다. 이외에도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이 세상에 드러날 때면 예외 없이 ‘돈’이 등장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박 목사는 성결교단의 증경 총회장을 지낸 원로다. 7000여명 성도가 출석하는 큰 교회를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지 않고 은퇴했다. ‘담임목사 대물림’, 이른바 ‘목회 세습’의 폐단을 스스로 깨 교회 안팎의 신망이 두텁다. 박 목사의 통렬한 지적이 돈 봉투가 난무하는 한국 교회에 더욱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 까닭이다.

오는 31일은 495년 전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한 날이다. 루터는 이날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건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면죄부’를 파는 가톨릭교회를 공박하는 95개항의 반박문을 독일 공업도시 비텐베르크의 성곽 교회 문에 내걸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으로 꼽히는 종교개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루터의 개혁 의미 되새겨야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은 수백년이 지난 오늘 한국 교회에도 절실히 요구된다. 교회와 교단, 교계에 여전히 금권이 판치고 이로 인한 반목과 대립, 갈등과 파행이 빚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서글픈 신앙고백이 비판 없이 받아들여질 정도다. 루터의 외침은 ‘신앙과 교회의 근원이 되는 성경으로 돌아가자(Sola Scriptura)는 것으로 귀결된다. 루터가 다시 살아나 오늘의 한국 교회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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