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42) 과학 잡지의 콜라주 기사의 사진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하던 청년은 어느 날 생물, 지질, 해부학 등 이미지가 가득 찬 잡지를 보다가 장면들의 의미가 뒤섞이면서 전혀 다른 얘기가 만들어지는 충격적인 발견을 한 후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청년이 막스 에른스트이다. 서로 다른 이미지들을 다시 조합해 기발한 형상과 이야기를 만드는 다다이즘의 콜라주 기법을 창안한 주인공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을 그린 단체 초상화 ‘친구들의 모임’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수염이 덥수룩한 도스토옙스키의 무릎에 에른스트가 앉아 있는 형상도 1892년 잡지에 실린 중력실험을 하는 사람들의 형상을 옮겨왔으며, 태양광선이나 왼편 하단부의 사과와 칼의 정물도 1888년 잡지에 실렸던 실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가져왔다.

등장인물 모두 손으로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듯한 의미심장한 이 그림에서 과학 이미지들은 사실적인 지식의 전달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에른스트는 중력, 빛, 공기, 우주 등 인간의 지각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들고자 했던 19세기 과학자들의 노력을 활용했다. 객관적 의미를 뒤엎어서는 보이지 않는 지극히 주관적인 초현실 세계를 보이는 예술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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