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김진홍칼럼

[김진홍 칼럼] 문재인이 ‘노무현 프레임’ 벗어나려면

[김진홍 칼럼] 문재인이 ‘노무현 프레임’ 벗어나려면 기사의 사진

“박정희 대 노무현 대결구도 버리고 독자적인 브랜드 조속히 구축해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기자회견을 갖고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내놓은 지 하루 뒤인 지난 22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이런 말을 했다. “박근혜 후보의 퇴행적 역사인식, 역사에 부합하지 않는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정말 문제다.” 유신과 인혁당 사건에 이어 터진 정수장학회 문제를 계기로 박 후보를 ‘박정희 프레임’에 꼭꼭 묶어놓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문 후보 참모들도 “박 후보가 ‘유체이탈’을 반복하고 있다”며 가세했다.

이를 통해 문 후보는 선거전략 차원에서 득(得)만 봤을까. 박 후보 역사인식에 허점이 많다는 것을 보다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실(失)도 엿보인다. 문 후보의 정신적 지주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장학회를 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고(故) 김지태씨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탓이다. 새누리당 주장을 빌리자면, 노 전 대통령은 중학교 시절 김씨가 운영하던 부일장학금 혜택을 받았고, 변호사 시절에는 김씨와 관련된 100억원대 소송에 참여했다.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은 “문 후보 측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부각시키려는 것은 김씨에 대한 노 전 대통령 은혜 갚기”라고 역공했다.

새누리당의 공세는 수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안간힘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문 후보에게는 간과할 수 없는 면이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된 날부터 문 후보를 괴롭히는 것 중 하나가 ‘노무현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프레임’ 역시 ‘박정희 프레임’과 같이 노 전 대통령의 부정적 측면이 함축돼 있다. 정경·권언 유착 관행을 없앤 공(功)에도 불구하고 분노와 분열의 정치를 주도해 갈등을 심화시킨 과(過)가 깊게 각인돼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서 손쉽게 승리한 데에도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그래서인지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를 종종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할 때 사람도 다르고, 시대정신도 다르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첫째, 당내의 친노 색깔 빼기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문 후보가 선대위에 대거 포진시켰던 친노 핵심인사들이 얼마 전 사퇴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실세총리였던 이해찬 당대표 체제를 바꿔야 한다. 문 후보가 현재의 위치에 있기까지 이 대표의 도움이 적지 않았을 것이나, 이 대표 체제 개편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둘째,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들이 무소속 안철수 후보보다는 구체적이지만, 노 전 대통령의 그것과 비교하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개혁 방안으로 발표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과 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 조정안은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지역주의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것과 거의 같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는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항이고, 국가균형발전은 노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다.

셋째,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얘기만 나오면 본인이 전면에서 과민하게 반응하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자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보다 더 나은 게 어디 있느냐”고 발끈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문 후보가 고유의 색깔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문 후보 본인이 ‘영원한 노무현 비서실장’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 단 뒤 제1 야당 대선후보에 오르기까지 친노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권을 잡으려면 문 후보가 홀로서기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과 어떻게 차별화된 정책으로 국정을 이끌어갈지 내놔야 한다. 대선 구도를 ‘박정희 대 노무현’ 싸움으로 끌고 가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프레임’이 강화될 뿐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