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가 뜬다] 빌려주고, 빌려쓰고 불황이 싹틔운 희망 기사의 사진

‘내것’을 ‘네것’ ‘우리것’으로 내놓아 같이 쓰는 ‘흥부’ 스타일의 소비가 뜨고 있다. 잘 읽지 않는 책, 쓰지 않는 방,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경험 등 유무형의 자산(資産)을 다른 이들과 나눠 사용하는 공유경제(共有經濟, sharing economy)가 활성화되고 있다.

강수혁(34·회사원)씨는 지난해 가을 60여권의 책을 도서공유서비스 ‘국민도서관 책꽂이’에 보관(키핑)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맡긴 책 1만8000여권을 마음껏 보고 있다. 강씨는 “절판돼서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 등 다양한 책을 볼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책꽂이’로 보낸 책만큼 서가에 여유가 생겨 좋다”고 말했다. 강씨는 60권의 개인적 소유를 포기함으로써 300배나 되는 책을 공유하게 됐고, 공간 확보라는 덤까지 얻게 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이 서비스를 시작한 장웅씨는 “예전에도 나눠 쓰고 바꿔 쓰는 일들이 있었지만 경제라고 부르기에는 그 규모가 작았다”면서 공유경제는 IT의 발달로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를 통해 공간을 뛰어넘어 다양한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군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국민도서관 책꽂이에서 책을 빌려 보고 있다. 소셜 민박 업체 ‘코자자’를 통해 국내 민박집을 이용하는 이들은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지구촌 주민들이다.

공유경제 개념이 등장한 것은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도입한 개념으로,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해, 한 번 생산된 제품을 공유해 활용하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 방식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세상을 바꾸는 10대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공유경제를 통한 소비문화를 꼽기도 했다.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처음 등장한 곳은 미국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등 경제 위기로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의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민박 예약사이트 ‘에어비앤비’가 생겼다. 집은 있지만 돈은 없는 ‘하우스 푸어’들과 저렴한 비용으로 잘 곳을 구하는 이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차, 아동의류, 집이나 사무실 앞의 빈 주차공간 등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등장해 성업 중이다.

불황이 공유경제를 싹트게 했다면 환경보호 등 사회의식이 거름이 되어 주고 있다. ‘코자자’ 비즈니스팀 이동석 팀장은 “비어 있는 방을 공유한다면 무조건 호텔을 지어 자원을 낭비하게 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 카셰어링 업체 ‘소카’ 대표 김지만씨는 “자기차를 갖는 것보다 카 셰어링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차를 개인의 재화가 아닌 사회적 재화로 인식을 바꿈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환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환경보호의 의미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가 소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양희동 교수는 “‘가치‘가 단순히 하나의 상품을 구매해서 얻어지는 ‘소장가치’에 머물러 있지 않고 그것을 공유하고 활용해서 얻어지는 ‘경험가치’로 이동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 모델들이 출현해 사람들의 삶 자체가 웹상에 옮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도 다양한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용자도 크게 늘고 있으나 관련법규가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카셰어링업체 ‘그린카’ 김보섭 대표는 “북유럽 일부 국가들은 개인 차량을 빌려줄 수 있도록 돼 있어 차량공유가 활발한 반면 국내에선 개인차량 대여가 허용되고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면서 해당 부분의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자자 이 팀장은 “도시의 경우 외국인만 민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도시민박법도 빈방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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