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44) 스캔들이 된 기계 처녀 기사의 사진

피카소와 브라크가 입체주의 작품을 발표한 이후 많은 작가들에게 공간과 시간의 표현이 주된 관심이 되었다. 1912년, 25세의 젊은 마르셀 뒤샹도 분석적 입체파 풍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넘버 2’ ‘처녀에서 신부가 되는 과정’ ‘신부’와 같은 일련의 작품을 발표한다. 이 작품들에서 사람은 모두 조립된 기계와 같이 그려진다. 파이프와 피스톤 같은 실험실 장비로 만들어진 신부는 무기능한 펌프와 같은 상태로 완전히 해체되었다.

사람 형태인 듯 보이나, 거기에 그어진 선들이나 점들은 어떤 도표를 암시하기도 한다. ‘신부가 되는 과정’을 의미하는 성적인 내용도 기계로 대치되어 있다. 아무리 해독해 보려 해도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드러내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무엇인가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는 미래파를 비롯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추앙해 마지않던 인간의 과학화, 기계 기술의 진보에 대한 자명한 비판과 자조를 담아낸 것이다.

이 작품들을 마지막으로 뒤샹은 그리기로서의 그림을 완전히 그만두고 미술계를 떠난다. 이후 수년간 도서관 사서 일을 하며 수학과 물리, 특히 푸앵카레의 책들을 읽으며 ‘미술을 한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찾아가게 된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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