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서민 의식주 해결에 열정이 있는 후보 기사의 사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 문제를 풀 역량 가진 대통령 나와야”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대선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보여주는 문제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두 후보가 모두 수평적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진영은 그다지 신뢰할 만한 정치 지성은 아닌 듯하다. 정권교체만이 살 길이라고 하면서 배후에서 서로를 흔들어대는 것은 정치상인(商人)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단일화 구경을 하느라 앞으로 5년을 어떤 후보에게 어떤 짐을 지워 줄 것인지 꼼꼼히 챙기지 못했음을 화급하게 깨닫는다.

지금 후보들에게 따져봐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외교나 국방과 같이 국가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도 시급하고 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문제도 중요하다. 그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사회경제적 관점으로 환원되는 삶의 조건을 누가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우선적인 것은 없다. 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양극화의 음지를 경험하고 있다. 양극화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소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이를 정밀하게 살펴서 열정을 바쳐 풀어나갈 사람이라야만 한다.

IMF 외환 위기 이래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를 선택하면서 대두되기 시작한 서민들의 생계문제는 MB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화로 재구조화된 시장 경쟁에서 승리한 거대기업과 사회엘리트 등 성공한 소수들의 이면에는 주변화되거나 배제된 사람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성장, 실업의 증가, 취업의 어려움,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의 양극화된 노동시장, 소득 분배구조의 악화 등 참으로 많은 문제들이 쌓여간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최근 저서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의 현장답사기를 보면 대졸자가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은 6%일 뿐이라고 한다. 이들 정규직은 임금수준도 높고 노조도 있다. 반면에 대부분의 청년들은 취업불안과 고용불안정 상태를 겪고 있으며 일하고 있더라도 무권리 상태에 놓여 있다.

여기에 전국 60만명에 이르는 30∼60대의 일용직 건설노동자들, 등록되지 않은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25만∼50만명의 봉제공들, 155만명에 이르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300만명에 이르는 차상위·차차상위 등 저소득 빈곤층, 계속 줄어들어 300여만명으로 축소된 농민들, 한때 380만명이었으나 현재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는 신용불량자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500만∼600만에 이르는 사채 이용 금융 약자들(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김순영 박사) 등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돼가는 사회집단들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심화돼가는 불평등에 대한 이슈는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통합’ 또는 ‘사회통합’이라는 슬로건으로만 살아있을 뿐 구조를 재편할 만한 구체적 공약으로는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약속했으나 16일 발표한 대선공약에서 대기업 계열사의 기존 순환 출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제외하는 등 핵심적 사안에서는 발을 뺐다.

혹 이 문제들이 진보정당에 의해 사회적 이슈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백년하청이다. 지난 15일 검찰은 4·11 총선 직전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혐의로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44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내경선 관련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노동과 무관하고 계층도 다른 1980년대 학생운동권이 현장과 유리된 이념운동으로서 노동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결과 이런 범법 행위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열악한 조건의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열정은 존재하지 않고, 내공도 없이 기존질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부정(否定)하고 세력다툼이나 펼치는 사람들이 현실의 문제를 풀어갈 이슈를 만들어갈 수는 없다. 참으로 서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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