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45) 뒤샹, 20세기의 다빈치 기사의 사진

1912년 종래의 미술과 결별한 마르셀 뒤샹은 약 10년간을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조차도’라는 난해한 제목의 작품을 구상한다. 두 장의 큰 유리판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상단부의 신부는 X선으로 투사한 뼈처럼 묘사되어 있고, 하단부에는 경찰 군인 우체부 등 유니폼을 입은 9명의 총각들과 초콜릿 분쇄기가 있다. 욕망으로 부풀어져 있으나 기계화된 총각들은 상단의 여인과는 결코 맞닿지 않는 고통 상태에 있다.

남자 소변기를 ‘샘’이라는 제목으로 작품화함으로써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예술로 끌어들인 뒤샹이지만 이 작품을 만드는 동안 끊임없이 많은 이론과 수식을 만들고, 설계도를 그리며 연구한다. 이 자료들은 ‘유희 같은 물리’라고 칭한 연구과정으로 그가 당대의 과학과 기술 발전을 분석하여 새로운 알레고리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뒤샹은 20세기의 다빈치였을까. 다빈치가 상상하는 기계들을 실현하기 위한 도면과 모형을 만들었듯 뒤샹은 20세기 초의 과학이 무엇이고 예술이 무엇인가를 다시 질문하는 긴 실험을 했다. “나는 날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발명을 하고자 했다.” 뒤샹은 과학과 기술이 결정하는 세상을 넘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예술가이고자 했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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