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현종] 열강의 각축과 우리의 대응 기사의 사진

오바마 2기 미국 정부의 우선적 외교정책은 중국 견제다.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는 방법은 도전국을 선제공격, 봉쇄, 포위해 팽창을 저지하거나 후퇴해 세력을 보존하다가 상황이 바뀌면 응징하는 것이다. 재선된 오바마 대통령의 첫 행보는 남쪽에서 중국을 둘러싼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이다. 미국은 해양세력인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한·일 협력 증대도 촉구하고 있다. 한·일 군사협정이 대표적이다.

중국에 밀리는 일본은 원자력기본법을 개정해 핵무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극우파 아베 신조가 총리가 되면 자위대에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할 것이다. 일본이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하자 중국은 반일감정 고취, 경제적 압박, 그리고 해양조사선 수시 접근을 통해 일본의 실효지배를 무력화하려 했다. 겉으로는 작은 섬을 두고 벌이는 영토분쟁처럼 보이지만 동아시아의 장기판에 급속한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약 120년 전 한반도 지배를 결정지은 청일전쟁도 중·일 간의 패권싸움이었다. 소용돌이와 같은 동북아 정세를 파악하지 못했던 구한말 때의 조선과 한국은 다르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요충지 한반도를 장악하려 하는 주변국의 의도는 변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편향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의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 독도문제와 관련해 우리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미 의회조사국은 고구려와 발해가 당나라에 속한 지방정권이었다는 중국 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협상이 아니라 통보 대상에 불과한 미사일 협상에서도 사거리만 800㎞로 연장해 주는 데 그쳤다. 그 이유는 한국이 점차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과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가 연장될 경우 일본 역시 군사력 증강과 우경화가 가속되어 미국의 잠재적 적대국인 중국의 반발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한·미 관계는 미·중, 미·일 관계의 하위변수라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미국과 중국이 경쟁관계로 가도 경제발전과 내부문제에 민감한 중국과 세계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미국은 협조할 분야에서는 확실하게 협조할 것이다. 우리가 절대로 기피해야 할 상황은 과거 제2 영·일조약, 청·일조약, 가츠라-태프트 밀약, 얄타회담, 미 중앙정보부가 이승만 대통령 암살기도를 불사하면서까지 맺은 6·25 정전협정 등의 예와 같이 주변 강대국이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고 한국의 운명을 흥정하는 것이다.

북한도 핵 문제가 오바마 2기 정권의 우선순위는커녕 미국 체스판에 오르지도 않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협박에 보상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금년 초 중국이 북한에 식량 수출을 중단하자 필요한 식량의 3분의 1을 외부에서 수입해야 하는 북한 지도부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식량 수출을 약속받은 후 나포한 중국 어민들을 13일 만에 풀어줬다.

그러나 56억 달러 예산 중 반 이상을 4·15행사와 광명성 3호 발사에 쏟아 부은 북한은 식량을 수입할 자금이 부족하다. 북한은 1t의 비료를 농지 1㏊에 뿌려야 6t의 식량을 수확할 수 있는데 총 100만㏊의 농지에 그 반도 뿌리지 못했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벌어지고 아사자들이 나온다는 말이 또 들린다. 북한은 차기 남한 정권에 ‘길들이기’를 시도하지 말고 그들이 늘 주장하는 민족주의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한 세기 전의 비극적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한반도를 포함해 내수시장 3억명이 되는 중국 동북 3성과 연해주 경제권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군사력 특히 해군, 공군을 강화하고 서해 항로와 대한해협 진입을 차단할 수 있는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 현명한 지도자가 국민을 통합하는 한편 외교의 중심을 잡아 열강의 원심력에 지배당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김현종 전 유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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