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연평도의 기억 기사의 사진

“軍에 북의 도발 방비하고 응징 요구하려면 합당한 여건부터 갖춰주는 게 옳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2주년을 맞아 며칠 전 연평도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던 당시의 피격 흔적은 아직도 여기저기 선명했지만 새롭게 보강된 K-9 자주포며 새로 만들어진 깔끔한 대피소 등이 한층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아주 가시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이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고 늘 새롭게 허점을 찾아 뒤통수를 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고 보면 다음번에는 어떤 도발을 해올지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무엇보다 연평도 인근 우도 점령 기도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기습공격으로 우도를 점령해놓고 유리한 상황에서 남한을 좌지우지하려 할 수 있다는 것. 사실 연평도 포격만 해도 상식의 허를 찌른 것이거니와 남측 도서 무력 점령도 비상식적이라고만 치부할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위에 상륙전력을 포함해 전력을 대폭 증강해놓았다. 공기부양정과 공격헬기 등이 그 예다. 게다가 최근 김정은이 연평도와 마주보고 있는 무도와 장재도를 찾아 도발의지를 불태우는가 하면 대규모 기습훈련도 실시했다. 뿐인가. 우도의 경우 서북 5개 도서 가운데 여타 4개 도서와 달리 군 기지만 있을 뿐 민간인이 거주하지 않아 북한이 공격해오더라도 비난을 살 여지가 그만큼 적다.

그럼에도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도서지역에서 북한의 상륙전력을 저지할 해안포로 아직도 6·25 때 쓰던 탱크에서 포탑만 떼어낸 탱크포를 사용하고 있다. 연평부대 앞에 버티고 선 탱크도 원산지 미국에서는 이미 폐기된 M-48계열이다. 우리 군이 자랑해온 K-1이니 K-2니 하는 신형 탱크는 어쩌고 아직도 2차 대전과 6·25 때나 쓰던 M계열을 쓰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현지 지휘관은 “M계열이긴 하지만 K계열처럼 관리·사용하고 있다”며 겸연쩍게 말했다.

미흡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지 군 관계자는 포격 도발 후 감시장비가 보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상감지장비만으로는 적의 동태 파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찰용 UAV(무인항공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방공기능도 취약하다고 한다. 현재 사정 5㎞에 불과한 방공체제로는 눈 깜짝할 새 우리 도서 영공에 도달하는 북한군의 미그기나 수호이 전투기를 유효적절하게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어서 중거리 방공망 확충이 요구된다는 설명이었다.

이와 함께 직접적인 전투력과는 무관하지만 심리적 사기 진작책으로서 제대로 된 병원이 연평도에도 들어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게 현지 군 지휘관의 호소였다. 즉 현재 연평도의 의무부대에는 수술기능이 없어 군은 물론 일반 주민까지도 수술해야 할 환자가 생기면 후송해야 하나 기상이 나쁘면 이송이 불가능해 장병은 물론 지역주민을 위해서라도 수술 기능을 갖춘 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무엇인가를 요구하려면 합당한 여건을 갖춰주고 요구하는 게 옳다. NLL 무력화를 목표로 끊임없이 도발하는 북한에 대한 철통같은 방비태세와 도발 의지를 아예 꺾어버릴 수 있는 보복을 우리 군에 기대하려면 그에 맞는 전력 등 여건을 갖춰주는 게 선결돼야 한다. 제대로 해주지도 않으면서 잘하지 못한다고 질책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치적 목적 때문에 군사적 활동에 장애를 초래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금물이다. 대표적인 게 서해 NLL 부근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이니 평화수역이니 하는 것을 만들겠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이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을 코앞에 둔 서해 5도 수역에 남북한의 어선과 군 함정들이 뒤엉켜 복작거린다고 생각해보라. 그런 상황에서 북한의 침투 및 공격을 우리 군이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말이 좋아 공동어로니 평화수역이지 우리 군의 손발을 묶어놓고 수도권을 북의 무력 공격에 무방비로 방치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연평도의 기억이 수도권으로 연장되게 할 수는 없다.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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