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상만] 물고기 폐사, 추론은 금물 기사의 사진

결과는 있는데 원인이 없다? 금강에서 벌어진 물고기 집단 폐사가 꼭 그 모양새다. 충남 부여에 위치한 금강 백제보 상류와 하류에서 물고기 5만4000여 마리가 집단적으로 폐사했는데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에서조차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에서는 이번 물고기 집단 폐사의 원인을 찾기 위하여 환경단체 등과 공동으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사 방향과 조사에 투입되는 전문가 인선을 두고 정부와 환경단체가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자칫 이번 물고기 집단 폐사 공동조사가 결론은 없으면서 의혹과 의심만 키우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도 사후 조사이다 보니 구체적인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손쉽게 4대강 사업이 물고기 폐사의 원인인 것으로 추론하며 결말을 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이 당초의 사업 목적은 뒷전인 채 정쟁에만 휘말려 심한 비판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물고기 집단 폐사에 대한 정부와 환경단체의 공동조사가 원인을 찾아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이 아닌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하천환경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사실관계와 향후 조사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물고기 폐사가 발생한 구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물고기 폐사가 백제보 상·하류에서 발생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물고기가 발견된 곳은 보의 하류지역 29㎞ 범위 안에 있다. 따라서 이번 물고기 집단 폐사의 원인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보 건설에 따른 물 흐름의 정체나 용존산소가 부족한 문제, 혹은 물의 상층부와 하층부가 뒤집히는 전도현상, 바닥에 깔려 있던 녹조 잔재물이 수면 가까이로 부상하는 현상 등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본인의 판단이다.

특히 최근 들어 환경단체들은 녹조 잔재물의 재부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을 하기 앞서 지난 폭염기에 전국적으로 발생했던 녹조현상과 금번 물고기 집단 폐사 사이에 세 차례의 태풍이 지나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그 사이 홍수조절을 위한 방류가 수차례 있었다는 점도 고려한다면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면 어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려면 물고기 집단 폐사가 일어난 양태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폐사한 물고기를 수거하는 작업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선 집단 폐사가 보 상류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유속이 빠른 하류의 광범위한 유역에서 일정한 시간차이를 두고 있어났다는 점이 드러난다. 또 여러 어종 가운데 누치가 대량 폐사한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우발적이든 고의적이든 간에 ‘위해물질의 유입’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의 흐름과 특정물질에 대한 누치의 생물학적 민감도 등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물고기 집단 폐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점이 있다. 그것은 지나간 일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정확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가기관조차 이번 사건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가려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로 사건 발생 초기에 즉시 시료를 채취하는 등의 초동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초동조치를 제대로 취하기 위한 시스템의 구축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환경부, 국토해양부, 지방자치단체 및 수자원공사 등 하천을 유지·관리하는 주체들 간에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관련법을 손질하는 방안도 이번 기회에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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