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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정진영] 한국 교회와 대통령 선거

[삶의 향기-정진영] 한국 교회와 대통령 선거 기사의 사진

18대 대선 후보자 중에 기독교인이 없기 때문일까.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한국 교회가 조용하다. 김영삼, 이명박 장로가 후보로 출마했던 1992년, 2007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들이 입후보했을 때 일부 목사와 교회, 교단 및 교계 연합기관은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전력했다. 그런 염원 덕분이었는지 두 사람의 장로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국 교회는 생채기를 입었다. 특히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몇몇 목사들은 한동안 구설에 올랐다. 한 목사는 “기독교인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드러내놓고 이 후보를 지원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또 다른 목사는 “이 후보를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고 설교했고, “장로 대통령 후보를 마귀의 참소에서 지켜 달라”고 호소한 목사도 있었다.

한결 성숙해진 모습 보인 교계

‘크리스천 후보의 부재’가 결정적 이유이겠지만, 어떻든 이번 대선에서 한국 교회는 이전에 비해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우선 목사가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개인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좋아하는 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지난 대선 때처럼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은 아니었다.

교계의 전반적인 정치 지향도 중립적이었다. 지난 14일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특정인에게 기울어짐 없이 ‘민족과 조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달라는 기도가 드려졌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지난 19일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한 ‘제18대 대선 10대 기독교 공공정책’은 ‘근대기독교문화유산에 대한 보호 및 활용 지원’ ‘미션스쿨 종교교육권 보장’ 등 교계의 일반적인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보수적 성향인 ‘뉴라이트기독교연합’이 ‘2012 대선 포럼’을 통해 밝힌 요구 사항도 ‘종교청과 이민청 신설’ ‘반기독교·반윤리적 입법 금지’ 등 보편적인 내용이 주류였다.

‘누구누구가 좋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뉘앙스도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권을 향한 교계의 요구에 앞서 한국 교회의 자정 노력이 우선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한국 교회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이명박 정부를 경험한 학습효과도 큰 몫을 했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고소영 내각’이란 비아냥에 시달렸고, 그 같은 권력 균점 상황에서 한 축을 맡았던 ‘소망교회’ 출신들로 인해 한국의 기독교는 본의 아니게 연대책임과 공동 비난을 뒤집어써야 했다.

정치를 감시, 비판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하거나 사회의 갈등을 수습, 중재하는 화해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교회가 직접 정치판의 한쪽을 거듦으로써 초래한 부작용을 성도들은 여러 번 목격했다. 기독교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치인과 기독교인 정치인을 판별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판단착오가 어떤 오류를 남기는지를 확인했다.

하나님 두려워하는 후보라야

이제 투표일까지 25일 남았다. 누구를 선택할지는 철저히 유권자들의 몫이다. 어지간히 눈 밝은 유권자가 아니면 공약으로만 표를 내주기 쉽지 않다. 기독교인 유권자들은 세상적인 ‘대통령 감별법’에 성경적 가르침까지 감안해야 되니 더욱 고심이다. 지상의 권력이 아닌 하나님의 권세를 두려워하는 후보를 고르는 일에 성도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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