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건축-‘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기억과 치유 기사의 사진

이런 데에 이런 시설이 들어서도 괜찮은가. 서울 성산동 성미산 자락의 골목길에 자리 잡은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은 역사성과 장소성이 어긋난다. 당초 서울시 소유의 서대문 독립공원 자리를 원했으나 피를 흘린 순국선열과 나란히 대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됐다. 그래서 상처 받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택가 104평짜리 2층집을 찾아내 여기저기 고쳐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성스런 곳에 일본 극우분자들이 수시로 말뚝테러를 한다.

숙제를 맡은 전숙희 장영철 부부 건축가는 외벽을 검은 전벽돌 4만5000장으로 감싸 공간의 엄숙성을 드러냈다. 보일러실을 개조한 지하 전시관에 멍석을 깔아 그 끔찍한 위안소를 재현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에디션이 있어 이곳이 소녀의 친정임을 알 수 있다. 베란다에는 고인이 된 170여명 위안부 할머니의 이름과 사진 앞에 시든 장미꽃과 카네이션이 한 송이씩 놓여 있다. 그분들도 그렇게 잊혀지고 말 것인가.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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