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착한 마피아’] 실패에서 배운 성공신화 대물림 기사의 사진

페이팔 마피아, 페이스북 마피아, 엑스 구글러, 스탠퍼드 마피아….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이끈 것은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였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구글과 페이팔에서 일한 사람들은 퇴사 후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다. 이들을 통해 유튜브 등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기업들이 탄생했다. 창업을 도와준 것은 옛 동료들이었다. 동료들은 직접 투자를 하거나 창업 노하우를 전수했다. 창업에 성공한 이들도 네트워크의 끈을 놓지 않고 또 다른 동료의 창업을 도왔다. 세상은 그들을 ‘착한 마피아’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2005년 1월 생일을 맞은 스티브 첸은 10여명의 친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조촐한 생일 파티를 열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파티 장면을 찍은 첸은 이메일로 친구들에게 동영상을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동영상 용량은 너무 컸다. 여기서 첸은 사업적 영감을 얻었고 직장 동료였던 채드 헐리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그렇게 유튜브가 탄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튜브의 탄생이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했다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첸은 페이팔 스톡옵션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유튜브 창업 자금을 댔다. 그리고 페이팔에서 만난 헐리와 함께 기술과 디자인 등 업무를 분담해 협업했다. 페이팔 마피아가 없었다면 유튜브도 없었다.

◇미국 스타트업의 힘은 마피아=미국 실리콘밸리엔 ‘착한 마피아’들이 많다.

2003년 이스라엘 청년 9명이 전자상거래 프로그램으로 ‘페이팔’을 창업했고 이후 ‘이베이’에 팔아 2조원의 자금을 거머쥐었다. 그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그들은 유튜브 같은 벤처를 만들어 되팔거나 새로운 시장에 투자했다. 그리고 아이디어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다는 문화를 만들었다.

‘엑스구글러(ex-Googler)’로 불리는 전직 구글 출신 직원들도 퇴사 때 챙긴 엄청난 금액의 목돈을 다시 신생 중소벤처에 투자하며 ‘제2의 구글’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실리콘밸리 교류 기회를 마련해주는 익스플로라 인터내셔널의 미셸 메시나 대표는 “실리콘밸리엔 스타트업과 IT종사자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의견을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를 개선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스레숄드 벤처스의 존 베어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사람들은 실패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며 “타올라 없어지기보다 빠르게, 자주 실패하고 많이 배우는 스타트업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에서는 최근 실리콘밸리 사례를 접목해 스타트업 활성화에 나섰다. 스페인 최대 통신업체 텔레포니카는 영국 런던에서 인큐베이팅 센터 와이라(wayra)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호세 마리아 텔레포니카 유럽 최고경영자는 “미국의 혁신적인 스타트업 지원 체계를 받아들여 전 세계 곳곳에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뒤 와이라를 만들었다.

입주한 기업엔 투자와 6개월간 사무공간 임대 등 각종 지원과 멘토링, 텔레포니카와의 사업 기회도 지원하고 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트렌드로 끝나나=최근 중소기업청이 벤처기업학회와 함께 진행한 ‘2012년 벤처 정밀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 벤처 열풍에 이어 최근 제2의 벤처 열풍이 불고 있다. 스마트기기 보급 확산으로 카카오나 선데이토즈가 2세대 벤처 성공 신화를 만들면서 20∼30대에선 창업이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창업 형태는 아이디어를 앞세운 창조기업, 즉 스타트업이다.

청년 실업을 타개하겠다며 정부도 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엔젤 투자매칭 펀드 자금을 늘렸고 각종 기금을 활용해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중기청을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문화관광체육부,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도 지원에 적극 나섰다. 2억∼4억원의 소규모 투자인 민간 엔젤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인 스타트업 수는 정부 통계 기준 26만2000여개였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 스타트업으로 성공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민간 펀드를 중심으로 거대한 벤처자금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에 민간 투자를 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스타트업이 많은 데 비해 투자자들이 별로 없어 늘 투자받을 곳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마피아들처럼 성공한 벤처 1세대들이 스타트업 활성화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종사자도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나 카카오 김범수 의장처럼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은 일단 성공하고 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면서 “그들이 멘토나 창업, 투자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에 나선 사람들 간 네트워크가 끈끈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리콘밸리를 찾았던 말랑의 김영호 대표는 “휴식 공간에 놓인 둥근 테이블이 부러웠다”면서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들은 자신의 소속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앉아 인사하며 교류했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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