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선거운동 보면 대통령 능력 보인다 기사의 사진

“대선 후보는 자기의 이야기 체계가 있어야 한다. 상대 비방 위주는 곤란하다”

대통령 선거 운동이 상호 비방전으로 전개되면서 대선에 쏠리는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다른 이와 구별이 되는 비전과 신선함으로 미래 국가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기보다는 상대 후보의 약점 물고 늘어지기에 집중하다 보니 후보자들의 역량이 초반에 바닥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후보들이 새로운 사람들이라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가 트라이앵글을 이루며 본선전을 모색할 때만 해도 올해 대선은 페어플레이가 펼쳐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게 했다. 아주 맑은 플레이는 아니더라도 남다른 면모는 보여주려니 했다. 그러나 후보등록이 시작되고 박근혜 문재인 후보 간의 2파전 본선 마당이 펼쳐지자마자 돌연 태도를 바꾸고 쏟아내는 후보들의 표독스러운 언사에 많은 유권자들이 겉보기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여야 각 진영에서 쏟아내는 말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진영의 인사들이 ‘밥값’을 하느라고 쏟아내는 언사들을 보면 그들의 모든 관심이 상대 후보의 약점을 잡는 데 집중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식객들의 발언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 캠프 주요 인사들의 발언은 어떤가. 후보들의 대리전을 수행하는 선대위 대변인실의 정제되지 않은 말싸움은 언어교란의 경연장으로 펼쳐지는 형국이다. 상대 진영에서 충분히 해명한 문제조차 아예 무시해 버리고 비아냥거리며 독설을 퍼붓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의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대선 캠프에서 ‘건수’를 올린 사람들이 나라의 요직을 독식하는 게 정해진 코스였다. 일부는 정부 출범 초반에는 숨겨져 있다가 시일이 지나면 한자리 차지하는 것이 일종의 공식이었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 진영논리에 함몰된 사람들이 앞으로 우리 정치를 얼마나 후퇴시킬지 염려가 되는 것이다.

더욱 심한 문제는 후보자 본인들의 막말과 상대에 대한 비방이다. 박·문 두 후보는 가는 곳마다 자신의 비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래서야 되겠는가”라며 상대방을 흠집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갈등 극복과 일자리 창출, 남북 문제 개선 같은 것이다. 그러나 두 후보는 이들 사안에 있어 자신의 이슈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럴 만한 국정 철학이나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역력해 보인다.

시간이 부족한 선거전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남 탓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득력 있는 자기의 이야기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정 현안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대통령 선거가 있었지만 그래도 여야의 주요 후보는 대부분 자기의 이야기 체계가 있었다. 이번처럼 철학도 토론도 없고, 표가 될 만한 것이라면 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이 난 사안까지도 공약에 집어넣는 선거는 처음 본다.

어느 선거에서나 네거티브는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는 보조 수단일 뿐 후보자들은 자기의 이야기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상대방을 적으로 만들면 집권하더라도 여야 간 원만한 조율은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며, 표가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해놓은 공약 때문에 전국이 벌집 쑤셔놓은 듯 국정수행의 난맥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끌리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높다 하더라도 여느 사람들과는 다른 선함과 순수함이 없으면 존경심은 생기지 않는다. 나라를 이끌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선함과 순수함, 그리고 높은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주변도 깨끗한 사람이라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진영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두렵다. 이제라도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 후보라면 비방의 맹독성에 유혹당하지 말고 순수한 열정을 유지하면서 진영 속의 외로움을 견뎌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임순만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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