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광재] 네거티브는 회초리가 약 기사의 사진

선거에서 저질 네거티브 공방이 이제 거의 고착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TV토론과 정책 상호검증은 슬금슬금 피해가면서 상대를 특정 프레임으로 덧씌워 반사이익을 보려는 얄팍한 술수만 난무하고 있다. 이런 저질 네거티브 공방은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다. 선거가 치러질수록 거꾸로 가고 있는 우리 대선의 현주소다.

선거 초반 여야는 매니페스토 선거를 다짐했다. 지난 연말 안철수 신드롬이 불면서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에 정책으로 경쟁하는 흉내도 냈었다. 그러나 선거 막판에 이르러 다시 저질 네거티브가 판을 치면서 유권자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저질 네거티브 공방을 보면 짜증부터 난다.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있는 서민들에겐 공허한 입씨름으로 들릴 뿐이다.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데 대선에 저질 네거티브만이 판치는 것은 시험 준비를 하지 않은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시험을 방해해 등수를 올려보려는 철없는 정치구태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선에 저질 네거티브가 판치는 것은 유력 후보에 줄만 잘 서면 되고, 때만 되면 간판을 내렸다 올리고 부수었다 다시 짓기를 반복했던 정치지체 탓이다. 정당민주화와 정책정당이 구현되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정당의 이념과 정책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선거 캠프마다 외부 전문가가 몰린다고 하던데 그들에게는 학술적 논거에 의한 책임 정책을 실현해 보겠다는 의지보다는 한자리 차지하고자 하는 탐욕만 보이는 것이다. 정당민주화와 정책정당이 실종된 한국 정치의 민낯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가느다란 희망마저 잃을 수밖에 없다. 유권자가 희망을 잃고 있다는 것은 거꾸로 대의민주주의가 종말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새 시대 새로운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에 대한 신뢰는 물론이고 정치혁신에 대한 기대에 실망한 나머지 투표에 등을 돌리게 할 것이다. 이는 정책공약을 기반으로 선거에서 대의를 위임받는 대의민주주의 기본마저 위협받는 중대 위기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탓하며 외면할 수 있는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차기 정부는 그 무엇 하나 호락호락한 것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회양극화 극복이라는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를 풀어낼 방안을 물어야 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밀려올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에 대한 대처방안과 동아시아 세력 판도의 변화에 따른 급박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등도 따져 물어야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모두 정책적 실패에 따른 것이다. 잘못된 정책공약을 검증 없이 백지위임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한 크기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선거에서 한 표가 아쉬운 여야 대선 후보가 상대방의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선거에서 주인공은 유권자다. 선거는 우리 사회 문제점의 해결방안과 미래비전을 유권자의 손으로 설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든다면 선거에서 역풍을 맞는다는 경고를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주인으로서의 힘 있는 유권자 반란, 주인공으로서의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부탁을 한다.

TV토론과 정책 상호검증을 피하고 있는 후보, 상대를 특정 프레임으로 덧씌워 반사이익을 얻고자 하는 세력, 표를 얻기 위한 거짓공약에 대해 선거에서 처절한 응징을 가하겠다는 공개선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선거는 차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여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의 저질 네거티브 공방에는 유권자의 매서운 회초리가 약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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